'n번방' 재발방지 vs 과도한 검열…'불법촬영물' 근절대책 문제없나
'디지털성범죄물에 대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토론회 개최
정부, 불법촬영물 방지 위해 '인터넷 사업자' 관리 책임 강화
'계도 기간 연장' 등 3개 개선사항…"오검출 문제도 해결해야"
방통위 "필터링 기술은 개선되고 있어…나머지 요구는 논의 필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과 '디지털성범죄 근절대책'이 시행된 이후 일각에서 미흡한 기준·졸속 시행·검열 논란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당 대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인터넷사업자들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110개 인터넷 사이트에 불법촬영물 유포 방지 의무 부과…내달 계도 기간 종료
정부가 11개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디지털성범죄 근절대책에 따르면 불법촬영물 등 유포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 의무가 부과되는 사업자는 ▲웹하드사업자와 ▲전년도 매출액이 10억원 이상이거나 ▲전년도말 기준 직전 3개월간의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다. 지난 4월까지 총 88개 사업자(110개 사이트)가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자 지정사업자에 이름을 올렸다.
불법촬영물을 '필터링'하기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가 안정적으로 적용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정부는 지난 12월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조치 시행을 위한 계도 기간(6개월)을 부여한 바 있다. 이 계도기간은 한 달 뒤인 6월9일 종료되며, 그 이후 기술·관리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 5000만원 이하 과태료, 매출액 3% 이하 과징금 등 처벌을 받게 된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2020년 4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4.23. [email protected]
"기술·관리적 조치 시행, 준비 시간 더 필요"…3가지 개선사항 제시
방통위는 2022년부터 사전조치 의무 부과 기준을 충족한 에펨코리아·MLB파크·클리앙 등 11개 사업자를 신규 지정했는데, 이들 사업자는 지정 이후 기술적 조치를 시행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해왔다. 올해부터 신규 적용 대상이 된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업자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기술적 조치는 매우 복잡하고 사실상 주문도 어려운 GPU 딥 러닝 고가 서버가 필요하다"며 "전기 소모량 때문에 많은 호스팅 업체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당초 방통위는 충분한 준비 기간을 부여한 만큼 기술적 조치를 예정대로 이행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사업자 측은 과태료 등 행정제재 부과가 행정청의 재량 행위인 만큼 신규 지정 사업자만이라도 계도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제공 필터링, 평범한 게시물도 제재…기술 개선해야
인터넷 사업자의 기술·관리 조치 시행을 위해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필터링 기술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DNA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식별해 불법촬영물 등의 게제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불법촬영물의 공유·보관이 형사처벌 대상이기에 필터링된 게시물은 즉시 삭제된다.
검출된 게시물이 즉시 삭제되는 만큼 오검출 게시물의 정확한 비중은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방심위의 불법촬영물 DB를 역추적한 결과 일부 영상이 오검출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평범한 게시물과 불법촬영물의 화면이 '유사한' 경우에도 오검출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들은 이같은 오검출 문제 해소를 위해 방심의 DNA DB 정제 및 재배포, 필터링 기술 고도화, 검출기준 상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술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사업자들은 장기적으로 오검출 문제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필터링 기술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성범죄물에 대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사업자는 사전, 글로벌 사업자는 사후 식별…"명확한 기준 필요"
다만 글로벌 플랫폼 등의 경우 사전에 불법촬영물 등을 완전히 걸러내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고, 전기통신사업법 또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 사후 필터링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련해 일부 국내 사업자들은 국내외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 '기술적 곤란함'이라는 불명확한 판단 기준 등을 지적하며 필터링 방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인터넷 사업자들의 요구에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오검출과 관련한 기술 개선은 지금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나, 계도기간 연장과 사후식별 요구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된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필터링 기술 고도화 등은 ETRI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오검출 비율을 구체적으로 산출할 수는 없으나 (필터링 기술이) 계속해서 수정과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계도기간 연장 등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정해진 바가 없다. 추후 필요하다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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