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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데이터센터 화재사고 막아라"…정부, IDC 설비 실태 점검

등록 2022.10.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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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주요 IDC 사업자 대상 안정화 설비 운영 실태 조사

IDC 화재 때마다 등장하는 '리튬이온배터리' 관리 중점 둘 듯

KT클라우드, 2년 전 화재 이후 리튬이온배터리 전체 교체하기도

[서울=뉴시스]지난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불탄 배터리 랙(왼쪽 2개)와 화재 피해를 입지 않은 정상적인 배터리 랙의 모습. (사진=이기인 경기도의원 제공)

[서울=뉴시스]지난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불탄 배터리 랙(왼쪽 2개)와 화재 피해를 입지 않은 정상적인 배터리 랙의 모습. (사진=이기인 경기도의원 제공)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지난 주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IDC)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카카오 서비스 전반이 마비되면서 전국적인 피해가 이어진 가운데 정부가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주요 IDC 사업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선다.

특히 이번 화재의 주 원인 중 하나로 '리튬이온배터리'의 위험성이 꼽히고 있는 만큼 이번 점검에서도 이에 대한 점검이 중점적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일 박윤규 제2차관 주재로 주요 IDC 사업자들과 긴급점검 회의를 진행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들 사업자의 전력·소방 등 안정화 설비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비상대비 조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국에서 상상 이상의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만큼 혹시 모를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다른 IDC 사업자들의 설비를 사전 점검한다는 취지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지하 3층 전기실에 있는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스파크가 발생한 것이 주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스파크로 인한 불이 배터리랙(선반) 전체를 불태운 뒤 카카오의 서버와 연결되는 케이블까지 손상시켜 카카오 장애를 우선적으로 유발했고, 이후 불길을 물로 잡기 위해 전체 전원을 차단하면서 '먹통 대란'으로까지 이어졌다.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타 전지에 비해 크기나 두께를 더 작게 만들 수 있고 이와 동시에 전력을 고밀도로 저장, 고전압까지 가능해 가장 효율적인 축전지로 여겨진다. 자가 방전 정도도 낮고, 교체 시기도 길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같이 작은 크기의 배터리에 많은 전력을 담고 있다 보니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리튬이온배터리를 과충전할 경우 내부 전극에서 쇼트(단락)이 일어나기 쉽고, 충격을 줄 경우 폭발까지 일어날 수 있다.
[성남=뉴시스] 김종택기자 =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들이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10.17. jtk@newsis.com

[성남=뉴시스] 김종택기자 =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들이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10.17. [email protected]


이같은 리튬이온배터리로 인한 화재의 대표 사례 중 하나가 지난 2020년 발생했던 KT의 강남 IDC 화재다. 당시 사고는 조기 진화에 성공해 이번 먹통 대란처럼 막대한 소비자 피해가 일어나진 않았으나, 사고 경위는 유사했다. KT 강남 IDC 지하 전기실에서 리튬이온배터리 과열로 불이 났던 것.

실제로 KT클라우드는 이같은 사고 이후 지난해 자사 IDC의 리튬이온배터리 전체를 납축전지 등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KT클라우드 관계자는 "2020년 화재가 다행히 큰 피해를 낳진 않았지만 안정성 우려에 경종을 울렸던 것은 맞다. 그래서 2021년 배터리 전체를 교체했다"며 "앞으로도 유사한 사고 우려가 있는 만큼 안정성을 위해서 보다 안전한 배터리로 교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또한 전날 열린 남궁훈·홍은택 각자 대표이사의 기자간담회에서 사고 원인으로 리튬이온배터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홍은택 대표는 "(판교 IDC) 건물 지하 3층 천장에 불행히도 카카오와 연결되는 전선케이블이 있었는데, 이것이 리튬 배터리에서 난 불의 영향을 받아 수천대 서버가 다운됐다"며 "SK도 이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리튬배터리를 수급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납축전지에 대한 대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전기저장시설 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 랙을 비롯한 전기저장장치는 지상 22m 이내, 지하 9m 이내에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지하에 전기실을 둔 카카오나 과거 KT의 사례가 현행 법 자체를 위반한 소지는 적은 셈이다. 하지만 리튬이온배터리의 위험성과 IDC 시설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적어도 IDC에서는 전기저장장치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이번 과기정통부의 주요 IDC 사업자 실태점검 또한 배터리 종류, 전기저장시설의 위치 등 안전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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