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표절 두고 반복되는 엔씨vs카겜 소송전[사이다IT]
엔씨 "롬, 리니지W 베껴"…저작권 침해·부정경쟁행위 소송
레드랩게임즈 "게임 UI 범주" 반박…"서비스 방해 의도" 비판
아키에이지 워-리니지2M 소송 이어 두 번째…갈등 격화
레드랩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와 함께 글로벌 동시 서비스를 준비 중인 신작 하드코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공식 브랜드를 ‘롬(R.O.M: Remember Of Majesty)’으로 확정하고 BI 및 원화를 최초 공개했다고 29일 밝혔다.(사진=레드랩게임즈)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대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 개발사 엔씨가 카카오게임즈에 두 번이나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 이달 27일 출시 예정인 '롬'이 각각 리니지2M, 리니지W을 표절했다는 이유입니다.
엔씨는 지난 22일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하고,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한 '롬'이 당사의 대표작인 '리니지W'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양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민사)을 접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대만 지혜재산및상업법원에도 저작권법 및 공평교역법 위반에 대한 소장(민사)을 접수했습니다.
롬은 이달 27일 한국, 대만 등 글로벌 시장에 동시 출시되는 모바일-PC 신작 하드코어 MMORPG입니다. 정식 출시도 전에 엔씨가 '으름장'을 놓으면서 저작권 소송에 휘말리게 됐습니다. '롬'이 지난달 중순 글로벌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것을 보고 엔씨가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엔씨는 롬이 '리니지W'의 글로벌 각국의 이용자들이 모여 전투를 벌이는 글로벌 통합 전장 등 게임 콘셉트 뿐만 아니라 ▲게임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주요 콘텐츠 ▲아트 ▲연출을 비롯해 '리니지W'의 종합적인 시스템(게임 구성 요소의 선택·배열·조합 등)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합니다.
엔씨 "롬, 리니지W의 게임 UI, 성장 콘텐츠, 종합적인 시스템 도용"
리니지W(왼족)와 롬(오른쪽)의 주요 성장 콘텐츠 비교.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먼저 게임 UI에서는 플레이 화면, 전체 메뉴 순서, 게임 내 시스템 등의 표현과 배열과 전반적인 UI의 질감과 톤,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형태 및 연출이 같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령, 던전 프레임과 레이아웃 구성이나 버튼의 주요 색상, 형태, 장식 요소 등이 같다는 것입니다.
또 주요 성장 콘텐츠가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리니지W은 변신, 마법인형 수집을 통해 캐릭터 능력치 성장이 가능한데 롬이 변신의 이름을 '코스튬'으로, 마법인형은 가디언으로 이름만 바꿔 그대로 모방했다는 설명입니다. 또 이런 성장 시스템에서 일반-고급-희귀-영웅-전설-신화 등급 분류가 되고, 동일 등급을 합성해 상위 등급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이 롬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리니지W의 장비 '인챈트' 시스템 역시 일정 단계까지 장비의 소실 없이 ‘안전 강화’가 가능하고, 일정 단계 이후 확률에 따라 강화 실패 및 아이템 파괴가 가능한 점, 강화할 장비의 수량에 따라 단일 또는 다중 강화 선택 가능하다는 점을 롬이 모방했다고 엔씨는 주장합니다.
아이템 컬렉션도 리니지W와 롬 모두 정해진 조합에 따라 아이템을 등록(소모)해 캐릭터 능력치가 성장하는데, 컬렉션(도감)의 목록 및 주요 효과와 컬렉션 아이템의 표현 방식과 완성 현황 표현 방식이 '롬'과 같다는 주장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시스템들이 MMORPG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방정식이 아니냐고 반문하는데요. 이런 장비나 아이템 등은 하나의 예시일 뿐 MMORPG 장르 특성상 유기적인 결합 관계를 가지는 게임 구성 요소들과 시스템을 게임 전반에 걸쳐 롬이 리니지W를 모방했다는 게 엔씨 주장의 핵심입니다.
즉, 리니지의 게임 시스템이 저작물에 해당되며, R&D(연구개발) 결과물로서 보호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죠. 회사 측은 “MMORPG 장르가 갖는 공통적, 일반적 특성을 벗어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엔씨소프트의 지식재산권(IP)을 무단 도용하고 표절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앞서 엔씨와 웹젠의 소송에서도 일부 인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엔씨는 지난해 8월 웹젠 'R2M'이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제기한 소송의 1심에서 승소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R2M이 리니지M의 구성요소의 선택 배열 및 조합을 통해 종합적인 시스템을 모방했고, 이러한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각 구성요소의 선택, 배열 및 조합을 통해 '리니지M'에 구현된 시스템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롬을 개발한 신현근 레드랩게임즈 대표가 23일 이용자 대상으로 입장문을 내고 엔씨가 저작권 위반을 주장한 ▲가방 아이콘 ▲공격 버튼 등에 대해 "롬의 부분적 이미지들을 짜깁기해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레드랩게임즈 공식 커뮤니티) *재판매 및 DB 금지
레드랩 "일반적 게임 UI…저작권 주장할 정체성 아냐" 반박…"서비스 방해 의도" 비판
신 대표는 엔씨가 저작권 위반을 주장한 ▲가방 아이콘 ▲공격 버튼 등에 대해 "롬의 부분적 이미지들을 짜깁기해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신 대표는 "엔씨의 소송 제기 및 그에 대한 과장된 홍보자료 배포 행위가 롬의 정식 서비스를 방해하고 이용자들의 심리적 위축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에서 진행된 행위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엄중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라면서, 정식 서비스를 차질 없이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전했습니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가 아키에이지 워에 대한 엔씨 소송에 대해 "동종 장르의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돼 온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과 달리, 레드랩게임즈는 표절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짜깁기” “서비스 방해” 등의 표현으로 더욱 날이 선 반응이라는 점에서 이번 소송전의 갈등이 더욱 첨예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엔씨는 "반복되는 콘텐츠 무단 도용과 표절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카카오게임즈에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엔씨-카겜 소송전 2년 연속 이어져…'리니지' 위협하는 리니지라이크와 신경전
엔씨와 카카오게임즈가 리니지 표절 여부를 두고 또 한번 다투게 된 배경은 쏟아지는 리니지 라이크에 대한 경고장의 의미가 커 보입니다. 또 MMORPG 시장에서 유력 경쟁자가 된 카카오게임즈를 견제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21년 리니지라이크 장르인 '오딘'으로 흥행 대박을 터뜨려 앱마켓 매출 상위권을 장기간 석권했던 모바일 리니지 게임들을 제치며 시장 지각변동을 일으켰습니다. '오딘' 덕에 연 매출 1조원 돌파 게임사로 성장했죠. 리니지의 텃밭이었던 대만에서도 '오딘'이 리니지의 아성을 위협했습니다. 엔씨가 이번 롬 소송을 대만에서도 제기한 이유로 보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이후 '아키에이지 워', '아레스 오브 가디언즈' 등 MMORPG를 연속 출시했고 올해는 롬의 글로벌 공동 서비스를 맡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퍼블리싱 뿐만 아니라 MMORPG 개발사들의 지분을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엑스엘게임즈가 개발 중인 콘솔 및 PC온라인 플랫폼 기반 AAA급 신작 '아키에이지2'도 내년 출시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반면 엔씨는 이러한 경쟁작이 늘어나며 캐시카우였던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이 하향세에 접어들었고 실적이 휘청이고 있습니다. 작년 영업이익은 75%나 깎였습니다.
특히 양사의 소송전이 '과거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형국인데요. '아키에이지 워'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했습니다. 엑스엘게임즈 창립자인 송재경 CCO(최고창의력책임자)는 김택진 엔씨 대표의 과거 동료이자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직접 개발한 1세대 개발자입니다. 엔씨가 '리니지 아버지'를 저격한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롬을 개발한 신현근 레드랩게임즈 대표 역시 엔씨 출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 대표는 이달 청산한 과거 엔씨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 출신입니다. 그는 엔트리브소프트 대표작 '퍙야' 등 게임을 개발과 사업을 총괄했습니다. 엔씨가 엔트리브소프트를 인수하기 전에 합류했다가 인수한 이후에도 퍼블리싱 사업본부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식 MMORPG의 대명사로 불리는 리니지를 둘러싼 표절 소송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동안 저작권으로 인정 받기 어려웠던 게임 시스템도 IP(지식재산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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