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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철도파업 무죄 판결…'전격성 입증' 주요 근거

등록 2014.12.22 20:40:42수정 2016.12.28 13: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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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명환(오른쪽 세번째) 전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이 22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김 전위원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태만 전 수석부위원장과 최은철 전 대변인, 엄길용 전 본부장 등 4명 전원에게도 무죄가 선고 됐다. 2014.12.22.  yatoy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명환(오른쪽 세번째) 전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이 22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김 전위원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태만 전 수석부위원장과 최은철 전 대변인, 엄길용 전 본부장 등 4명 전원에게도 무죄가 선고 됐다. 2014.12.22.  [email protected]

검찰 "이해할 수 없는 판결, 즉각 항소할 것"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지난해 말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을 주도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집행부 4명이 전원 무죄 선고를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오성우)는 지난해 말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철도노조 김명환(46) 전 위원장과 박태만(56) 전 수석부위원장, 최은철(41) 전 사무처장, 엄길용(47) 전 서울본부장 등 4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공교롭게도 철도노조 집행부가 전원 무죄 판결을 받은 이 날은 경찰 등이 철도파업을 주도한 핵심 간부들을 체포하기 위해 중구 민주노총 본부를 대대적으로 수색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공권력이 강제 진입을 시도한 것은 1995년 민주노총 설립 이래 처음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1년이 지난 이날 법원의 1심 판결도 당초의 일반적인 예상을 뒤집고 전격 무죄판결로 막을내리자 또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전격성'이 주요 판단 근거

 이번 판결의 주요 근거가 된 점은 파업의 '전격성'이다. '전격성'은 전후 사정과 경위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쟁의 행위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려면 전격성이 입증돼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2013년 철도파업은 파업 전 충분히 내용이 공개됐으며, 필수 유지 업무 명단을 통보하고 공사는 이에 대해 비상 수송 대책을 마련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철도 사업장의 특성상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필수 공익 사업장이라도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번 파업은 사전에 예고됐고 노사간 논의가 있었으며 공사 측이 충분히 예측·대비를 할 수 있었다"라며 "이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결론이며 처벌의 공백이라는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파업의 경우 사업 운영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대체 근로를 준비하거나 수단·방법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파업의 '전격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대목이다.

 철도노조가 파업 전 필수 유지 업무 명단을 통보하고 철도공사가 이에 대해 비상 수송 대책 등을 강구한 점, 필수 유지 업무가 유지된 점, 철도공사가 투입한 대체 인력의 업무 수행을 철도노조가 방해하지 않은 점 등도 전격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근거가 됐다.

 단순한 근로 제공 거부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강제노역을 부과한다는 점도 이번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헌법 제12조 제1항에는 '법률 또는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강제 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당성이 없는 단순한 근로 제공 거부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국가는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밖에 없어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점, 형사처벌은 최후 수단이 돼야 한다는 점 등도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검찰, "목적·절차 불법…파업 기간 길어 손해 막대했다" 반발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명환(오른쪽) 전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이 22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손을 잡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이날 김 전위원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태만 전 수석부위원장과 최은철 전 대변인, 엄길용 전 본부장 등 4명 전원에게도 무죄가 선고 됐다. 2014.12.22.  yatoy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명환(오른쪽) 전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이 22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손을 잡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이날 김 전위원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태만 전 수석부위원장과 최은철 전 대변인, 엄길용 전 본부장 등 4명 전원에게도 무죄가 선고 됐다. 2014.12.22.  [email protected]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은 지난해 철도파업이 유죄로 확정된 2006년, 2009년 파업과 비교했을 때 목적에 불법성이 있고 절차 또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반발했다. 기존 파업 기간보다 이번 파업 기간이 훨씬 길었고, 손해도 막대하다고 봤다.

 검찰은 지난해 철도파업의 표면적인 목적이 임금 6.7% 인상, 통상임금 확대, 정년 연장이었지만, 실제로는 철도 민영화 반대, 철도산업발전방안 철회,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계획 중단, 해고자 원직 복직이 파업의 목적이었다고 봤다.

 파업 전 본교섭과 실무교섭 횟수도 2006년과 2009년 파업 때보다 지난해 파업 때 더 적었다. 2006년과 2009년 파업 이전에 철도노조는 사측과 각각 11차례, 4회의 본교섭과 20차례, 72차례의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반면 지난해에는 본교섭과 실무교섭이 각각 2차례, 6차례에 그쳤다.

 파업 기간도 4일(2006년), 12일(2009년)이었던 이전과는 달리 지난해에는 23일이라는 최장기 파업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액도 150억원(2006년), 100억원(2009년)보다 더 많은 447억(지난해)로 추산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의하면 목적이나 절차의 불법성과 관계없이 사진에 고지만 하면 모든 파업이 전면 허용된다는 뜻이 되므로 최근 대법원 판결과도 전면 배치돼 납득할 수 없다"며 "향후 법 적용에 중대한 혼선을 일으킨다고 판단해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파업과 관련돼 '진전된 판결'…향후 파업 '면죄부' 작용에는 회의적

 전문가들은 파업 당사자들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지 않은 이번 판결을 두고 진전된 판결이라고 반겼다. 다만 이번 판결이 전격성이 입증되지 않은 파업의 '면죄부'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광택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파업을 금지하면 결국 강제노역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판시 부분을 언급하며 '진전된 판례'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번 판결에서 새로운 부분은 파업을 금지하면 강제노역을 하게 된다는 판시 내용"이라며 "그 부분은 지금까지 학회에서 많이 논의된 건이다. 판례가 진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파업에 민·형사적으로 책임을 많이 물던 나라였다"며 "목적과 수단, 절차 등 하나라도 안 맞으면 위법한 파업으로 보고 업무방해죄로 처벌했는데 너무 심하게 제한한다는 학계의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영중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손해 발생 부분과 업무 방해를 직접 연결한 기존 판례와는 달리 불법적인 위력이 있었는지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번 판결에서는 특히 사측이 영업에 차질을 빚을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이전처럼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의 구성 요건인 위력을 행사했다고 본 것이 아니라, 위력 행사를 엄격하게 심사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철도노조가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노력한 점이 고려한 것으로 보이고, 철도파업 문제를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 일단 이번 판결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파업이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어서 면죄부가 발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전원합의체의 취지에 따라 사안에 적용하는 식으로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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