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s 카카오 女 CEO 격돌…40대 리더십 승부수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카카오 새 대표이사로
40대 여성·네이버 출신·창업자 신임 공통점
이미지 쇄신·AI 핵심사업 육성·조직문화 안정 숙제
최수연 네이버 대표(왼쪽)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사진=각 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국내 양대 플랫폼 네이버와 카카오가 여성 리더십 시대를 열게 됐다. 카카오는 전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 대표로 내정했다. 정신아 내정자는 내년 3월 이사회,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로 선임된다. 카카오 최초의 여성 CEO다.
정 신임 대표는 ‘스타트업통’이다.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등에서 재직하며 10년 넘게 벤처캐피탈(VC) 분야에서 근무했다. 정 대표는 2014년부터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한 뒤 당근마켓, 생활연구소에 직접 투자했고 루닛, 두나무 등 성공한 스타트업을 관리하고 키워냈다. 다수 스타트업들이 정 대표 지휘 아래 창업부터 유니콘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그만큼 정보기술(IT) 사업과 시장에 대한 조예가 깊다. 올해에는 카카오 CA협의체 사업총괄을 맡으면서 카카오 서비스 현황과 전략을 꼼꼼히 살폈다. 그런 만큼 카카오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 받았다는 후문이다.
최수연 VS 정신아 리더십 대결…네이버 평사원 출신 40대 여성 CEO 공통점
네이버는 이미 두번째 여성 CEO체제다. 지난 2017년 한성숙 전 대표를 선임하며 첫 여성 CEO가 탄생했고 지난 2021년 후임자로 최수연 대표가 전격 발탁됐다. 이번에 카카오가 정신아 대표를 발탁하면서 네이버·카카오 양 플랫폼 여성 CEO간 리더십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교롭게 정신아 카카오 신임 대표와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모두 40대다. 정 대표는 1975년, 최수연 대표는 1981년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젋은 여성 리더를 내세워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고 조직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정 대표와 최 대표의 공통점은 또 있다. 과거 네이버에서 각각 부서장·평사원으로 일했다. 최수연 대표는 지난 2005년 네이버(당시 NHN)의 신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4년 동안 커뮤니케이션(홍보)과 마케팅 조직에서 근무한 뒤 퇴사하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과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리고 2019년 네이버에 다시 합류해 글로벌사업지원부에 재직하다 지난 2021년 네이버 대표이사로 전격 발탁됐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네이버(NHN 전신) 수석부장으로 일했다. 당시 NHN 비즈니스 플랫폼에서 전략과 사업기획 서비스 출시 등을 담당했다. 이후 정 대표는 네이버를 떠나 지난 2014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임지훈 카카오 전 대표가 설립한 카카오벤처스(당시 케이큐브벤처스)에 이사로 영입됐다.
두 대표 모두 양사 창업자가 직접 CEO로 낙점한 인물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최 대표는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를 도와 글로벌 사업을 이끄며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역시 인적 쇄신을 공식적으로 직원들에게 예고한 뒤 이틀 만에 정 대표를 구원투수로 선택했다. 김 창업자는 전날 사내 공지문을 통해 "정 신임 대표는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또한 함께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AI·글로벌 사활 걸어야 하는 최 대표… 정 대표, 조직문화 재건·신뢰 회복이 당면 과제
그러나 현재 처한 양사 시장 입지와 여건이 다른 만큼 이들 CEO에게 부여된 미션도 사뭇 다르다. 네이버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카카오는 실적 악화와 대내외 악재로 휘청이고 있다.
최 대표의 경우 취임 당시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2년간 경영성과가 나쁘지 않다. 올해 1월 북미 패션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하며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했다. 지난 8월에는 글로벌 초거대 AI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하이퍼클로바X'를 성공적으로 공개했다.
최 대표 취임 당시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논란 등으로 현안 과제로 거론됐던 조직문화 개편을 위해 새로운 근무제도, 워케이션 제도 등을 도입했다. 또 젊은 리더십을 살려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으로 호평을 받았다.
생성형 AI 사업과 글로벌 커머스·콘텐츠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들을 어떻게 창출하느냐가 향후 최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신아 대표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카카오의 대내외 악재 수습과 조직 안정화가 당면 과제다. 그는 내년 정식 CEO로 취임할 때까지 쇄신TF장을 맡아 김 창업자가 발표한 쇄신안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세부 과제들을 챙길 예정이다. 김 창업자는 ▲경영전략 개편 ▲기업문화 변화 ▲그룹 지배구조 개편 ▲리더십 변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의 주요 M&A, 투자를 이끌어온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가 SM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공석이 된 투자 리더십도 정 대표가 맡을 예정이다.
AI(인공지능) 등 기술과 미래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핵심사업을 키우고, 모든 사업을 검토해 실질적인 체질개선을 이뤄내는 것도 정 대표의 숙제다. 카카오는 초거대 AI 모델 '코GPT 2.0'를 연내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출시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정 내정자는 AI 기술 이니셔티브 역량을 확보하고, 규모에 맞는 시스템과 체계를 만들어 사회적 눈높이를 맞춰 나가는 과제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플랫폼 규제 이슈가 전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도 양사 CEO의 리더십 우열을 비교해보는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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