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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민서의 고백 "정체성 없이 떠돌았죠"

등록 2024.03.31 06: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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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 이적 후 첫 싱글…2년 공백

"새로운 마음으로 처음부터 시작"

"'좋아' 1위 후 내려가는 것만 보여"

"조바심 났지만…공연형 가수 목표"

[서울=뉴시스] 가수 민서가 31일 오후 6시 디지털 싱글 '데드 러브(DEAD LOVE)'를 발표한다. (사진=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가수 민서가 31일 오후 6시 디지털 싱글 '데드 러브(DEAD LOVE)'를 발표한다. (사진=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3.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가수 민서(27)에게는 '슈퍼스타K7' '좋아'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만한 것이 있다는 건 큰 강점이다.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이 되기도 한다. 이름을 알린 지 9년째, 민서는 아직 이 산을 오르고 있다.

신곡 '데드 러브(DEAD LOVE)'는 기존 민서의 공식을 깨는 노래다. 애절한 발라더 이미지와 다른, 로파이(LOFI)한 힙합 비트와 접목된 알앤비(R&B) 장르다. 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고 싶어 하는 솔직한 마음을 표현한 가사는 파격적이다. 콘셉트 포토 속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에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는 민서의 모습은 꽤 낯설다.

"오랜만에 컴백인데 늘 하던 평범한 모습보다 인상에 남을 만한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강렬한 이미지에 도전했죠. 애초에 원하는 건 이지리스닝이었어요. 서정적 멜로디인데 오히려 가사는 강렬하길 원했고요."

신곡 발표는 무려 2년 만이다. 공백기에는 주로 OST 작업만 했다. 또 데뷔 때부터 몸담았던 미스틱스토리를 떠나 현 소속사 빌엔터테인먼트로 적을 옮겼다. "애초에 회사를 옮기게 된 계기도 저라는 사람이 모자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을 못 잡겠더라고요. 그러면 아예 새로운 마음으로 처음부터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이 회사에서 시작하고 싶었어요."

큰 결심이었다. 미스틱스토리의 수장인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54)의 품을 떠나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윤종신은 '슈퍼스타K7' 심사위원으로 인연을 맺었고, 민서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게 해준 '좋아'의 작사가이기도 하다. 윤종신은 민서에게 정식 데뷔 전인 2017년, 자신의 히트곡 '좋니'의 여자 답가 버전인 '좋아'의 가창을 맡겼다. '좋아'가 발매와 동시에 음원차트 1위를 섭렵하면서 민서는 데뷔 전부터 1위 가수가 됐다.

"윤종신 선생님은 '민서는 노래를 너무 잘하고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으니까 어딜 가서든 잘 할 거야'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든든했습니다. 사실 미스틱스토리를 떠나면서 내심 기분이 이상했거든요. 첫 회사였고 7년 동안 날 많이 키워줬는데 그 품을 떠나는 것 같아서 죄송스럽기도 했고요."
[서울=뉴시스] 가수 민서. (사진=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가수 민서. (사진=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3.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다시 출발점에 선 민서는 가장 잘할 수 있는 노래에 대해 고민했다. 명확한 색깔을 가진 가수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성찰했다. "굉장히 조바심이 있었어요. 이미 1위를 찍어버렸으니까 다음부터 내려가는 것만 보잖아요. 겁이 나더라고요. 대중이 원하는 걸 내가 못 맞추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무서웠는데 조바심을 내면 낼수록 떨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순위를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싱글을 통해서 내가 뭘 가지고 있는지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어요."

냉정하게 자아성찰한 결과는 "정체성 없이 떠돌았다"는 것이다. '좋아' 이후 장르를 총망라했다. 전 소속사에서 마지막으로 발표한 곡 '내 맘대로'는 누 디스코(Nu Disco)에 퓨처 하우스(Future House)를 퓨전한 스타일이다. "제가 생각하기에 너무 다양하게 시도를 많이 했어요. 너무 왔다 갔다 해서 대중이 멀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이번 싱글은 대중이 듣기에 편안한 음악, 거기에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 담긴 걸 어필하고 싶어요. '민서는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가수였지'라는 인식이 생겼으면 해요."

아이러니하게도 공백이 길어졌던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SBS TV 예능물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이다. 발라드 가수들로 구성된 'FC발라드림' 소속으로 활약하고 있다. 단순 예능 출연이 아닌 실제 축구 선수들 같은 마음가짐과 혹독한 훈련을 거치고 있다. "제가 멀티를 못해요. '골때녀' 하면서 너무 진심이 돼서 하나만 하게 됐어요. 축구라도 잘 하고 싶었거든요. 거의 일주일 동안 훈련을 하다 보니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가수로서의 저를 잊어가더라고요. 벌써 2년이 됐어요.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올해초부터 음원을 계획했어요."

단지 축구에 빠진 것만은 아니다. 선배 가수들과 함께 땀 흘리고 고민을 나누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다. 특히 서문탁(46)의 조언은 가장 큰 변곡점이 됐다. "처음에 절 보고 '넌 널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충격적인 말이었어요. 의식하지 않고 하는 말들이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나 봐요. 그때부터 '사실 난 멋있고 노래도 운동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인데 왜 스스로를 저평가했지'라고 생각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성적에 대한 조바심도 줄고 눈앞에 있는 것부터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게 제 20대의 가장 큰 성장점이에요. 가수로서 20대 초반에는 안 갈린 칼 같았거든요. 그동안 녹슬어 있는 칼이었다면 예쁘게 갈아서 빛이 나게 만드는 상황이 아닌가 싶어요. 이제 저를 다재다능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옛날에는 항상 뭘 해도 2% 부족한 게 싫었거든요. 재능이 여러 가지로 나눠져 있는데 대신 그 어느 것에서도 1등을 될 수 없는 기분이 들었죠. 근데 저에게 주어진 좋은 선물이 아닌가 싶어요."
[서울=뉴시스] 가수 민서. (사진=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가수 민서. (사진=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3.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비로소 자신의 방향성이 정립됐다. 공연형 아티스트다. 그렇게 되기 위해 라이브 무대에 어울리는 음악에 집중하려 한다. 여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랫말이 포인트가 됐으면 한다. 평소 존경하는 선배 가수 정미조(74)처럼 오랫동안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공연을 하시잖아요. 37년 만에 낸 곡 '귀로'를 듣고 감동받아 울기도 했어요.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뱡향만 맞다면 산을 넘는 건 시간문제다. 그 너머에는 오랫동안 선망한 것이 있다. 민서는 "어렸을 때부터 재즈를 좋아했다"며 최종 목표를 밝혔다. "재즈는 목소리가 하나의 악기 같다. 마음이 편해진다"며 "지금도 아침에 커피 마실 때나 밥 먹을 때면 꼭 재즈를 틀어놓는다. 아직은 모자란 소리라 도전해 보지 못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재즈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우선 올해는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이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올해 싱글을 2~3곡 정도 더 내고 싶어요. 또 2년 동안 팬들을 만난 자리가 한 번도 없었거든요. 단독 콘서트는 못하더라도 작게나마 소극장에서라도 팬들을 모셔서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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