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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담 나눈 후 이, 18분간 작정발언…윤, 고개 끄덕이기도

등록 2024.04.29 16:40:41수정 2024.04.29 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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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720일만에 첫 영수회담 개최해

이재명, A4 10장 준비해 모두발언 약 20분간 전해

'가족 등 의혹'에 윤석열 반응 없어…발언 듣기만

윤, "야당 국정파트너 인정해달라"에 고개 끄덕여

[서울=뉴시스]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4.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4.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저희가 (용산에) 오다 보니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고 합니다" "하하하"

29일 오후 2시5분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이 시작된 용산 대통령실 2층 집무실 안.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정장 안 주머니에서 약 4500자가 적힌 A4 용지 10장을 꺼내며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 드릴 말씀을 써왔다"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720일만에 이뤄진 첫 영수회담이란 사실을 의식한 듯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을 언급하며 회담 성사까지 700일이 걸렸다고 직접 힘줘 말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웃음으로 대답을 갈음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2시께부터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 형식의 회담을 진행했다. 대통령실 측에선 정진석 비서실장·홍철호 정무수석·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한 가운데 민주당 측에선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진성준 정책위의장·박성준 수석대변인이 함께 했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 악수를 나누며 이번 영수회담 계기가 됐던 4·10 총선을 회담 서두에서 꺼냈다. 윤 대통령이 "선거 운동하느라 고생 많으셨을 텐데 다들 건강 회복하셨나"라고 말을 건네자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필요하다. 고맙다"고 답했다.

첫 영수회담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덕담도 오고갔다. 이 대표가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날씨가 아주 좋은 것 같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저와 이 대표님하고 만나는 걸 우리 국민들이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이어갔다.

[서울=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을 하고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4.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을 하고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4.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곧이어 이 대표는 18분간 모두발언을 전하며 윤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전환 등을 요구했다. 본격적으로 발언을 시작하기 전 이 대표는 "제가 대통령님 말씀 먼저 듣고 말씀 드릴까 했는데"라고 운을 떼자 윤 대통령은 "아니다. 손님 말씀 먼저 들어야죠"라고 양보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표의 연이은 요구들에 윤 대통령은 말없이 경청했다. 이 대표가 '이태원특별법', '특검법'을 직접 언급하며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또 정중하게 요청드리는 바"라고 말한 대목에서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더해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저의 입을 빌린 우리 국민들의 뜻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다",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건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해주시면 좋겠다"는 이 대표의 언급에도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답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를 비판하는 이 대표의 발언에 윤 대통령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가 민주당의 역점 의제인 민생회복지원금 및 R&D 예산 복원 등을 언급했을 때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대표가 김건희 여사를 염두에 둔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의 반응은 없었다. 

다만 이 대표가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서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 중이다, 이런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잠시 굳은 표정을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윤석열 정부의 대일관계 등에 대해서도 "독도, 과거사, 핵오염수 같은 이런 대(對)일관계 문제에서 국민의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관계자들은 물결 태극기 벳지를 달고 이날 영수회담에 참석했다.

이 대표 등은 지난해 3월께부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 한일 정상회담 등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태극기 벳지를 달기 시작했다. 이날 단 벳지에도 기시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 등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반응이 없는 것을 지적하기 위한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오후 2시22분께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평소에 우리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저희가 예상하고 있었다"며 "자세한 말씀 감사하게 생각하고, 또 저희들끼리 얘기를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서울=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4.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4.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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