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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부산의 맑은 물 확보[초점]

등록 2024.05.03 11: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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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령군과 상생협약, 2주만에 깨져

"가난한 농촌이 왜 잘사는 부산에…"

지역민 실질적 혜택을 기반으로 꾸준히 대화해야

[서울=뉴시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모식도. (자료=환경부 제공). 2021.06.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모식도. (자료=환경부 제공). 2021.06.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백재현 기자 = 지난달 15일 제25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에 오른 양재생 회장은 롯데호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부산시민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소 뜻밖이었다. 하지만 지역 경제의 수장이 취임사에서 경제활력과 같은 비중으로 언급할 만큼 ‘맑고 깨끗한 물‘ 확보는 부산에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는 방증이다.

마침 이날 부산시는 경남 의령군과 맑은 물 공급을 위한 상생협약을 맺었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협약식에는 부산시장과 신임 부산상의 회장도 참석했다. 의령의 강변여과수 22만t을 공급받는 대신 연간 200억원 규모로 의령을 포함해 물 공급을 협의 중인 합천, 창녕 지역 농산물 구매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협약은 불과 2주 만에 깨지고 말았다. 의령군이 지난달 30일 협약 파기를 부산시에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멋쩍은 일이다. 사전에 군민들과 충분히 교감하지 못하고 덜렁 협약을 맺은 의령군이 일차로 체면을 구기게 됐지만 찬찬히 되짚어 보면 부산에 맑은 물 확보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협약을 맺기 전에 두 차례나 의령군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열렸었고, 당시 분위기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환경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의령군이 뒤늦게 강경한 입장의 군민들의 위세에 손을 들고 말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의령군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민들과의 가교역할을 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 같은 일은 앞으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현 상황에서 부산이 취수원 다변화를 통해 맑은 물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물은 더 이상 경제적 손익을 따지는 재화가 아닌 것이 됐기 때문이다. 지역 농민들이 내세우는 농업용수 부족 우려는 어쩌면 표면적인 이유일 수 있다. 가장 반대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합천의 경우 취수지점 인근에는 농가가 없다. 오히려 ’가난한 농촌이 왜 잘사는 부산에 물을 줘야 하느냐’는 정서적 반감이 더 크게 깔려 있다.

환경부는 의령군과의 협약 파기와 관계 없이 기존에 진행해오던 ‘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앞길이 험난해 보인다.

부산시는 의령군과의 협약 파기에 따른 경색 분위기가 창녕, 합천 등지로 확산될까 전전긍긍하면서도 의령군과의 재협약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현지 농민들은 지하수 부족에 따라 현재 50m 깊이의 관정을 150m까지 깊게 파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15년 후면 지하수가 고갈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민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혜택을 찾아내서 꾸준히 대화하고 설득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또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있고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아울러 홍준표 대구시장이 안을 냈던 ‘함양 댐’ 건설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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