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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보다 더한 식자재마트…지역상권 아우성

등록 2024.05.05 08:00:00수정 2024.05.05 08: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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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든 제천시 "월 2회 의무휴업 권고, 단속강화"

식자재마트.(사진=뉴시스DB)

식자재마트.(사진=뉴시스DB)

[제천=뉴시스] 이병찬 기자 =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 등 법령과 자치법규의 규제에서 비껴간 식자재 마트가 지역 상권을 휩쓸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아우성이 커지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행정 제재에 나서기로 했으나 법적 근거가 없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5일 충북 제천시에 따르면 인구 13만 소도시인 이 지역에 매장 면적 609~2752㎡ 규모 6개 식자재마트가 성업 중이다. 음식점이나 기숙시설 등에 다량의 식자재를 공급하는 업체 같지만 사실상 대형 슈퍼마켓이다.

기존 슈퍼마켓과는 달리 공산품과 채소 등 식자재를 박스 단위로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제천에 있는 대형마트와 SSM은 시가 제정한 '유통업 상생협력을 통한 소상공인 보호 조례'에 따라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월 2회 의무휴업하는 등 상생협력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식자재마트는 사실상 준대규모점포로 볼 수 있지만, 매장면적 3000㎡ 이상 대형마트가 아닌 데다 대형마트가 개설한 SSM도 아니어서 유통산업발전법이 규정한 규제 대상이 아니다.

유통 네트워크를 가진 식자재마트가 시장을 장악하는 사이 인근 기존 중소 슈퍼마켓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1999년 문을 연 H마트는 24년만인 지난 3월 폐업했다. 동네 슈퍼마켓들은 물론 제천 중앙시장 안에 있는 한 대형 슈퍼마켓도 조만간 진퇴를 결정해야 할 처지다.

지역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가 들어올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면서 "식자재마트 입점 이후 슈퍼마켓은 물론 전통시장 영세상인들도 운영난이 커졌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보다 더한 식자재마트…지역상권 아우성



소상공인 단체가 제천시장 면담을 요구하는 등 업계의 원성이 갈수록 확대하자 시는 지난달 말 식자재 마트 업주들을 불러 모았다. 지역 상생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였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시는 월 2회 이상 자발적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단축, 지역 농산물 구매 등을 요구하고 5월 중 답변을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제도적 제재 수단이 아직 없는 식자재마트들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시 관계자는 "식자재마트 같은 유사 SSM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처리되지 않고 있어 조례에 이를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식자재마트가 상생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다른 제재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이 지역 상권 보호를 외면하는 사이 지자체 스스로 식자재마트에 대한 우회 제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식자재마트 측이 상생안을 거부하면 농산물위생관리와 원산지 표시, 식품위생법과 건축법 위반 행위 등 시가 가진 단속 권한을 동원한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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