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쪽 기록 보는데만 3년' 사법농단 재판부 신건 배당 중지
양승태·임종헌 항소심 재판부, 배당 중지 요청
법원, 법원장 회의 등 거쳐 2개월간 배당 중지
"기록 방대…하루에 책 한 권씩 3~4년 읽어야"
법조계 "항소심 선고, 1심보다 빠르게 나올듯"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1.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법원이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에 당분간 새로운 사건을 배당하지 않기로 했다. 사건기록이 방대해 기록검토에만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전날(7일)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와 형사12-1부(재판장 홍지영)에 6월 초부터 8월 초까지 신건 배당을 중지했다.
두 재판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사건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 심리를 각각 맡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사건기록과 판결문 분량이 방대해 재판부가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법원 예규에 따라 사건기록이 방대하다는 등의 이유로 배당 중지를 요청할 수 있고, 법원은 재판장 회의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배당 중지 여부와 기간 등을 정하게 된다.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록은 A4 용지 17만5000쪽에 이르고 판결문은 3200쪽에 달한다. 임 전 차장 역시 수사기록 20만쪽, 판결문 560쪽에 달한다.
부장판사 출신 이정엽 변호사(법무법인 로집사)는 "300쪽을 대략 책 한 권이라고 한다면 20만쪽이면 책 1000권에 달한다.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읽어도 3년 넘게 읽어야 한다"며 "배당 중지가 되는 일은 흔한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1심보다는 상대적으로 심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은 1심에서 4년11개월, 임 전 차장 사건은 5년2개월이 걸렸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다른 사건을 도저히 할 여력이 없다는 취지일 것"이라며 "배당 중지 요청은 오히려 재판부가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1심보다는 선고가 빠르게 나올 가능성이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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