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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 두고 '불투명·오락가락'…더 꼬이는 의정 갈등

등록 2024.05.09 05:30:00수정 2024.05.09 05: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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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배정위 회의록 없다 밝힌 교육부

불분명한 입장 내오면서 혼선 빚어져

의협 회장, '한입으로 두말' 정부 비판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의대 2000명 증원' 근거 자료 법원 제출 시한을 앞두고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일부 교수들이 휴진을 예고한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2024.05.03.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의대 2000명 증원' 근거 자료 법원 제출 시한을 앞두고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일부 교수들이 휴진을 예고한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2024.05.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의대 2000명 증원' 근거자료 법원 제출 시한을 앞두고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법적 작성 의무가 있는 회의록은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회적 반향이 큰 정책의 근거를 투명히 공개하지 않으며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8일) 의대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분 2000명을 대학별로 배정한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위원회(배정위)'에서 법적인 의미의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고등법원에서도 배정위원회 회의록을 별도로 요청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2000명 정원을 배정하게 된 기준과 그러한 과정 등에 대해서 소명하도록 요청해서 거기에 대해선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했다.

배정위는 정부가 증원하기로 한 의대생 정원(2000명)의 대학별 배분 규모를 심의한 기구로, 지난 3월15일부터 20일 사이 총 3차례 회의를 가졌다.

정부는 당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및 관련 전문가로 배정위가 구성됐다는 점만 밝히고 누가 참여했는지, 일시 및 상세한 논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세부 배분 기준이나 위원 정수 등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의대 정원 배정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 항소심 심문은 배정위에 다시 관심이 쏠리는 계기가 됐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을 결정한 과학적 근거와 회의자료, 회의록 등 일체의 자료를 1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의료계에서도 배정위 등 의대 증원 과정에서 열린 회의들의 기록을 공개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정부가 정책의 주요 근거로 들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하단 주장이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대정원 배정절차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의대정원 배정위원회는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 2024.05.08.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대정원 배정절차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의대정원 배정위원회는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 2024.05.08. [email protected]


그럼에도 교육부는 '회의 요약본이 있다', '소송이 진행 중이라 어떤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 '배정위는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는 등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다 8일에서야 "(법령상) 회의록은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공관리기록물에 관한 시행령(제18조 제2항)은 회의록에 회의의 명칭, 개최기관, 일시 및 장소,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 진행 순서, 상정 안건, 발언 요지, 결정 사항 및 표결 내용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충족하는 회의록 작성은 없었다는 뜻이다. 다만 회의 결과를 요약한 문서는 남아있어 이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배정위 회의록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지자 "공무원으로서 수사나 소송, 감사 과정에 관련된 부분들은 외부로 잘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 부분을 몰각하고 전달하다 실언을 했다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실언한 내용 자체가 오늘 밝혀드린 것과 차이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에서 지나치게 방어적 자세를 취하면서 불신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배정위와 함께 의대 증원 사안을 논의했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전문위) 등의 회의록을 두고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보건복지부는 전문위 회의록에 대해 '없다'고 했다가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다'고 번복하며 "혼선을 초래하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정부가 혼란을 키우면서 의료계의 반발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전날 자신의 SNS에 '一口二言(일구이언)은 二父之子(이부지자)'라며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을 비판했다. 이는 '한 입으로 두말하면 아버지가 둘'이라는 뜻으로, 정부의 입장이 일관되지 않은 점을 겨냥한 것이다.

앞서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차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5명을 의대 증원 논의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 등)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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