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피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배우 김지현 "난 둘시네아
 그안의 변화
 같이 느껴요"

"'맨오브라만차'의 마지막 장면에서, 데이비드 스완 연출님이 말씀 주신 알돈자의 느낌은 '세상과 맞서는 둘시네아'였어요. '너희들이 나를 알돈자라고 무시하지만, 난 둘시네아'라는 대단한 자부심이 있다는 거죠."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알돈자'를 연기하는 김지현은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돈키호테가 숨을 거두기 직전, 정신이 혼미해져 자신이 열정을 불태웠던 때를 꿈으로 여기는 장면이다. 병상에 누워 있는 돈키호테를 찾아온 알돈자. 돈키호테는 주막집 하녀이자 창녀인 알돈자를 고귀한 이름의 둘시네아로 부르며 그녀를 존귀하게 대했다. 그로 인해 자신이 변한 것을 깨달은 알돈자는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돈키호테 옆에서 "내 이름은 둘시네아"라며 목 놓아 외친다. 돈키호테는 마지막으로 열정을 불태우며 알돈자와 함께 '이룰 수 없는 꿈'을 부른다. 최근 신사동에서 만난 김지현은 "알돈자가 돈키호테가 준 큰 사랑으로 인한 변화했고, 그것을 잘 담아내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장면이에요. 울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잘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돈키호테에게 미안할 것 같다는…"이라며 남은 눈물방울을 휴지로 훔쳐냈다. "매번 제 눈 앞이 뿌옇게 되면서, 우주가 확장하는 느낌이 드는 장면이죠. 알돈자가 '나는 다시 태어났다. 둘시네아야'라고 생각하는데 그 안의 큰 변화를 같이 느껴요." 올해 데뷔 17주년을 맞은 김지현에게 '맨오브라만차'는 두 번째 대형 라이선스 작품이다. 지난 2019년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괴팍하지만 사랑이 많은 '러빗 부인'으로 첫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을 경험했다. 그간 주로 청순하며 한이 많은 역을 맡아온 김지현이었던 터라 김지현의 러빗 부인에 많은 이들이 놀라워했다. 알돈자 역에 대한 주변 반응도 비슷했다. 김지현 스스로도 "노래와 캐릭터의 강렬함을 제가 소화할 수 있을 지, 제게서 그런 이미지가 나올 수 있을 지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평소 도화지 같은 매력으로 주목 받은 김지현은 '맨오브라만차'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갖는 알돈자에게 설득력을 부여한다. 알돈자의 변화에는 돈키호테가 큰 영향을 줬지만, 알돈자 안에도 변화에 대한 욕망이 꿈틀대고 있었다고 김지현은 여겼다. "알돈자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캐릭터였다면, 돈키호테의 말·행동에 괴롭지 않았을 거예요. 힘든 자신의 삶에 누군가 손을 내밀거나 따듯한 말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없었으니 '자기 방어'로 차갑게 사람들을 대한 거죠. 그런데 돈키호테를 만나서 그 변화를 받아들이죠. 알돈자가 잘해주는 돈키호테에게 '내게 원하는 것이 뭐냐'고 묻자, "그대를 구하는 일이오!"라는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놓잖아요. 그 때 실제 제 자신에게도 충격적이었어요." 김지현이 도화지 같은 배우로 칭찬 받는 이유가 있다. 대학로에서 '1인다(多)역'의 아이콘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연극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연극 '프라이드', 뮤지컬 '러브레터', 연극 '스피킹 인 텅스', 연극 '오만과 편견'…. 한 배우가 다(多)역을 맡았던 연극·뮤지컬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김지현이 이들 모든 작품에서 호연했다. 극 중 극이라는 콘셉트의 '맨오브라만차'에서도 사실 따지고 보면, 1인2역을 맡는다. 극이 시작하고도 30분 동안 어두컴컴한 무대 한 구석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여자 죄수 역할도 김지현 몫이다. "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편하기도 해요. 오히려 전형적인 한 모습을 관객분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죠. (1인32역을 감당해야 하는 모노극인) '벽속의 요정'은 꼭 해보고 싶어요." '스위니토드' '맨오브라만차'에 앞서 동명 드라마가 바탕인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의 여옥, 동명 영화가 바탕인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태희처럼 한이 배인 캐릭터를 유독 많이 맡아왔다.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의 뜨거움이 좋다는 김지현은 "제 안에 한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그런 정서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수용했다. "저는 배우로서 순탄하게 '꽃길'만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배우로서는 고통에 있는 캐릭터가 더 편해요. 아마 러빗 부인도 그렇고, 알돈자도 그렇고 연기를 하면서 그 아픔을 비워내기 때문인 거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그 감정을 해소하는 거죠. 그래서 힘든 캐릭터를 연기하면, 힘들지 않냐고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는데 전혀 힘들지 않아요." 작품 활동을 끊임없이 하며 지치지 않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잔병치레도 없고 튼튼한 몸을 갖고 있다는 김지현은 "제 건강 때문이 아니라 동료, 선후배들의 사랑을 받아서 지치지 않는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며 웃었다. "어디를 가든지 사랑 받으면서 작업하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이에요. 힘들 이유가 없죠. 관객들의 사랑도 크지만 배우, 스태프들의 응원과 지지가 저를 튼튼하게 해줘요." 대학로의 유사 동인제 극단인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도 김지현에게 힘을 주는 조직이다. '남산의 부장들' 이희준, '극한직업'의 진선규, 영화 '악질경찰' '돈'의 김민재, '사랑의 불시착'의 양경원, '하이 바이, 마마'의 오의식 등이 이곳 소속이다. 최근 몇년 간 무대, TV,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 중인 배우들이다. 김지현도 TV 드라마 '저스티스'의 부장검사 역을 맡아 호평을 맡기도 했다. "저희 극단은 (연출가 이상우가 이끄는 극단으로 유명 영화배우들을 대거 배출한) 차이무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선배님들이 해왔던 것처럼 하고 싶어해요. 서로 응원해주고, 자극도 주고 받죠. 아직까지 지긋지긋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욕심이 넘쳐요. 나이를 먹었는데, 여전히 저러나 싶을 정도로 열정이 넘치죠 큰 힘이 됩니다. 서로를 존중해서 시너지도 크죠." 주변 삶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김지현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알돈자는 돈키호테를 떠나 보낸 이후 잘 살아갔을까.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 같아도, 씩씩하게 잘 살았을 거 같아요. 돈키호테가 자신을 대한 것처럼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고 다른 이를 존중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작은 변화일 수 있지만, 크게 보면 다른 방향으로 살게 되겠죠." 한편, '맨오브라만차'는 오는 3월1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이후 내달 24일부터 5월16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연장 공연한다. 연장 공연에서 돈키호테 역은 홍광호가 빠지고 류정한·조승우가 나눠 맡는다. 알돈자 역은 김지현과 함께 윤공주, 최수진이 나눠 연기한다.

뉴시스 인터뷰
상단으로
뉴스스탠드
기사제보

코로나1902/28 03시 기준

한국

확진 89,321

완치 80,333

사망 1,595

세계

확진 114,197,447

사망 2,533,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