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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에만 100만건" 애플페이 돌풍…메기? 미꾸라지? [애플페이 빛과 그늘①]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 상륙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출시 하루 만에 애플페이 등록 건수가 100만건을 넘어섰다.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가맹점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애플페이의 초기 돌풍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 경쟁이 본격화면서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의 이익이 커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해외 빅테크에 역차별적인 수수료 구조, 금융사고 발생 시 불분명한 책임소재, 규제 사각지대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애플페이, 韓 출시 첫날부터 '역대 최고' 100만건 등록 애플페이는 지난 21일 한국 서비스를 정식 시작했다. 애플페이의 한국 도입에 크게 공헌한 현대카드의 정태영 부회장에 따르면 애플페이의 국내 토큰 발행은 출시 당일에만 100만건을 넘어섰다. 그간 애플페이가 출시된 국가 가운데 '역대 최고 기록'이라는 게 애플 측의 설명이다. 토큰은 애플페이 기기에 등록할 때 카드 정보를 암호화해 발행하는 번호인데, 토큰 100만건 등록은 곧 100만개의 카드가 애플페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사람이 여러개의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만큼 중복을 제외하면, 출시 이틀차인 22일까지는 60만명이 넘는 이들이 애플페이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애플페이의 돌풍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말까지 약 700만여명의 아이폰 이용자가 기존 사용 중이던 간편결제 플랫폼을 애플페이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관측은 기존 아이폰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했는데, 올해 하반기 아이폰15 시리즈가 출시되면 애플페이 이용자 수가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애플페이의 약진에 기존 국내 페이들도 발빠른 대응 중이다.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의 연합이 대표적이다. 이미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는 서비스 연동을 시작했다. 이같은 기존 플랫폼들의 연합과 함께 소비자 대상 혜택·이벤트 등이 늘어나면서 애플페이가 시장 경쟁을 촉발시키며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반응이 많다. 아이폰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도 그간 국내에서 갤럭시 시리즈 등 안드로이드계 스마트폰보다 편의성 측면에서 뒤처져 있었던 부분을 애플페이를 통해 일정 수준 끌어올렸다는 호평이 나온다. ◆9년 만의 출시 반갑지만 우려도 여전…高 수수료, 결제정보 해외전송 문제 등 대안은? 애플페이 돌풍을 보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재 애플페이와 제휴를 맺은 국내 카드사는 현대카드가 유일하지만, 업계에서는 애플페이와 손을 잡는 카드사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드사에 부과되는 높은 수수료 문제도 남아있다. 삼성페이 등 기존의 국내 간편결제 업체는 카드사에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지만, 애플페이는 0.15% 수준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애플페이 도입을 결정하면서 카드사로 하여금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나 가맹점에 전가하지 못하도록 못박으면서 카드사가 부담을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결국엔 애플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의 부담은 국내에서 책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또 있다. 향후 애플페이에 더 많은 카드사들이 진입하게 되면 사실상 금융 결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애플이 해외기업인 만큼 국내 카드사·핀테크사에 적용하는 규제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애플페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국내 애플페이 서비스는 애플, 현대카드, 비자·마스터 등 국제브랜드 카드사라는 3개 축이 중심으로 제공되는데, 개인정보 유출 등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책임을 어디에 물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 민감정보의 해외 유출 우려도 해소돼야 할 숙제다. 물론 애플은 애플페이 이용 시 카드번호 등의 정보가 애플 서버는 물론 각 개인의 단말기에도 저장되지 않고, 매 결제시마다 결제암호문이 새로 생성된 뒤 승인이 이뤄지는 등 철저한 보안이 적용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애플페이는 비자·마스터 등 국제 브랜드 카드사가 제공하는 토큰을 기반으로 하기에 국내 결제정보가 해외로 전송될 수밖에 없다. 애플이 철저한 보안을 강조하긴 했지만 결제정보 해외전송과 관련한 기술 안정성 문제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애플과 같은 빅테크 서비스는 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해왔다. 9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됐고, 그간 쌓여왔던 열망이 터져 나오면서 현실적 우려까지도 가려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는 별도 라이센스 등 없이 현대카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국내 규제를 강요하기도 어렵고 마땅한 통제 방안도 없는 게 사실"이라며 "금융당국 등이 애플페이 도입 전에도 장기간의 심사를 진행하긴 했으나 서비스 시작 후에도 관련 규제 방안을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현성 기자 | 한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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