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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출하는 대출 난민

금융당국이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고 연일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공염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실수요자 구분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고, 오히려 은행을 통해 대출 증가율을 억제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아무리 실수요자라도 돈 갚을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결국 소득 높고 재산 많은 차주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0일 "대출이 꼭 필요한 수요자들은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실수요자 대출은 상환능력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동의했다. 즉, 돈이 정말 필요한 실수요자라도 상환 능력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문제는 이런 정부 기조가 금융 접근성에 대한 양극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상환능력이 좋다는 것은 그 만큼 고소득이고 재산이 많다는 의미다. 반면 취약차주는 대체로 소득이 낮고 담보력도 낮다. 정부 기조 대로 라면 '빚투(빚내서 하는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도 돈과 자산이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의 주장은 결국 재산이 있거나 소득이 높은, 이른바 담보력이 높은 사람한테만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라며 "돈이 급한 취약차주들에게 돈을 잘 빌려줘야 하는데,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는 실수요자 구분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데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본다. 그간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실수요 구분이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은 관리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총량규제로만 대응하고 있다"며 "이는 실수요자 피해가 크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실수요 구분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은행은 대출 용도 확인이 가능하도록 자료 제출을 강화하고, 금융당국도 이런 장치들이 은행에 마련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자금조달 계획을 통해 차주의 자산구조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며 "건강보험공단 등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면 여유자금이 있는 차주들을 걸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올 하반기 들어 갑작스럽게 대출 규제를 단행한 것도 '대출 난민'을 만든 주요 원인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가계부채가 급증할 것을 미리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올해 하반기부터 뒤늦게 규제에 나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권말기가 되자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금융규제로 잡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너무 갑작스럽게 대출을 죄다 보니 실수요자들이 제대로 대비를 못 했다"며 "천천히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대출 증가율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세돈 교수는 "정부가 대출 규제로 집값을 잡으려고 한다"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로 집값이 잡힐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연 5~6%대도 경제적인 근거가 없다"며 "지난 20년 동안 가계부채 증가율은 금융위기 때 외에 6%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모두 7~9%대였다"고 주장했다.

최홍 기자 | 정옥주 기자 | 박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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