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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S공포 직면③]과거 경제 충격 재연되나…위기 극복 해법은?

우리 경제가 당장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을 겪거나 장기간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과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비교할 때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오히려 이런 위기를 겪으면서 내성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경각심은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로 인한 내수 침체 가능성도 여전한 탓이다. 여기에 그간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실적이 조만간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변수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2.5%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기관의 전망치는 이보다 낮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2.3%, 2.2%로 예측하고 있으며,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는 각각 2.1%, 2.0%다. 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1.9%로 내다봤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물가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 초입 단계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미래 불확실성과 관련된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본다면 점점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수출입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그간 우리는 효율적인 공급망에 의존해왔는데 반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 세계적인 공급망 문제가 가장 큰 리스크"라며 "공급망이 원활하지 않으니 원자재 가격을 많이 지불해야 하고 나가는 달러도 늘어난다"고 짚었다.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조만간 수출이 꺾이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고, 내년 상반기까지 부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내수의 경우 그간 고물가 때문에 부진했었는데 이제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가계나 기업의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치상으로만 보면 스태그플레이션 진단을 내릴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 교수는 "앞으로 경기가 조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침체라고 말하기는 조금 이르다"며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갈 확률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미 들어갔다고 단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주 실장은 "경제 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로 나와야 스태그플레이션인데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은 2%대 초반 정도"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현재 상황이 과거 경제 위기보다는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 교수는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돈 흐름의 문제였다"며 "반도체로 달러를 벌고 석유와 가스를 사면서 달러를 쓰는 것인데, 이런 달러 흐름에 구조적 문제가 생기면 위기 확률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러 흐름은 결국 경상수지와 관련이 깊은데, 최근 경상수지가 구조적으로 적자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주 실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보면 우리나라와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레고랜드 사태로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고는 있지만 부채로 인해 금융 시스템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주 실장은 "최근 유동성 긴급 조치 등 간헐적으로 정부 대책이 나오는데, 이럴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환율과 주식·채권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 대책을 내놓으면 시장이 상당히 안정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 이슈가 있고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 자체는 불가피하다"며 "이러면 신용 리스크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초점을 맞춘 유동성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 김성진 기자 |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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