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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①]韓경제 '위기 트라우마' 넘어섰나?

등록 2018.01.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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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①]韓경제 '위기 트라우마' 넘어섰나?


외환위기→금융위기 이어…위기 또 올까?
위기시 '자본 유출' 등 韓경제 다시 흔들릴 수도
잠재성장률 추락, 활력 잃은 경제 체질 개선해야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2008년. 세계 4위 투자은행이던 리먼브라더스가 서프프라임 사태 1년 만에 무너지면서 전세계는 격랑 속에 휘말려 들어갔다. 이른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 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대형 금융사들이 줄도산했고,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침체 때처럼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자본 유출을 겪어야 했고, 세계 경제가 악화된 탓에 고도 성장하던 우리 경제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리먼사태 10년'을 맞은 지금 우리나라는 외화 곳간을 풍부하게 늘리고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내며 외풍을 견딜 수 있는 '맷집'을 키웠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 활력은 예전보다 오히려 약해졌다는 진단이 많다.

그나마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 경쟁력은 언제 중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길지 모르는 상황이 돼버렸다. 내수 경기를 끌어오던 부동산 경기도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 저금리의 영향으로 가계부채는 급격히 불어났고, 불확실한 미래에 소비는 급감했다. 한국 경제는 '위기 트라우마'를 극복한 것일까?

【서울=뉴시스】 금융위기 10년 연표.

【서울=뉴시스】 금융위기 10년 연표.


시장에는 경제 위기의 '10년 주기설'이 있다. 위기 이후 10년 정도마다 불균형이 생겨 위기가 또 올 수 있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올해가 10년째에 해당한다. 이에 시장의 불안감이 적지 않다. 다음 위기의 진원지는 '신흥국 부채'가 될 것이라는 주장부터, 과도한 투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비트코인 버블'이 될 것이라는 시각까지 제기되고 있다.

물론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과거와 같은 위기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정작 위기가 닥친다면 우리 경제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단적으로 외국인 자본 유출 위험이 그렇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자본 유출은 항상 경계해야 할 위험 요인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해 4월 펴낸 통화신용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1990년 이후 1997~99년, 2008~09년, 2015~16년에 걸쳐 3차례의 대규모 자본유출을 겪었는데 모두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했거나, 국내 경제가 취약했을 때 일어났다.

특히 3차 자본유출기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대외 건전성이 양호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갔다. 당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 불안이 국제 금융시장에 전이되면서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3893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단기외채 비중도 지난해 말 기준 29.3%로 양호한 대외 건전성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국내 경제 상황이 안전한 수준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 안팎의 성장이 가능하다지만 '저성장' 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금융위기 이전 5.0%에 달하던 잠재성장률은 3.0%대로 추락한 지 오래다. 한은에 따르면 2015~18년중 잠재성장률은 더 떨어진 3.0~3.2% 수준에 머물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돌입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늘 신흥국의 자본유출 위험을 키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최근 한국금융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자본 유출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금융위기가 다시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우리 경제의 불안 요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급증세에 경고의 목소리를 낸데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한국처럼 가계부채가 많은 국가는 금융위기가 다시 생기면 극복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93%로 다른 신흥국(20% 내외) 수준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금융위기 10년①]韓경제 '위기 트라우마' 넘어섰나?


위기 때마다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우리 경제의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 등으로 경제 성장 활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수출에 쏠려있는 경제 성장 구조도 취약점으로 꼽힌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가 국제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위기시 언제든지 자본 유출로 인한 외환 부족 위험을 겪을 수 있다"며 "수출 호조세도 반도체에만 편중돼 있는데다 기업의 기술 경쟁력도 중국에 빼앗기고 있고, 가계부채 문제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제 구조 자체가 나빠져있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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