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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살해④]막다른 골목 몰린 부모..."우리가 손잡아 줄게요"

등록 2022.08.04 06:02:00수정 2022.08.04 06: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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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일 서울 광진구에서 초등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2.05.02. photo@newsis.com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일 서울 광진구에서 초등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2.05.02. [email protected]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극단적인 선택 과정에서 자녀를 살해하기로 마음먹는 '자녀 살해' 사건에 법원이 '극단적 아동학대'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가운데, 사법 영역 바깥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리기 이전에 선택할 수 있는 대안들이 적극적으로 안내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4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지난 달까지 판결이 확정된 살인, 살인미수 사건 중 부모에 의해 자녀가 피해를 입은 사례는 총 29건(동일 사건 1·2심은 1건으로 집계)으로, 부모 손에 죽거나 다친 자녀들은 36명이었다. 부모들은 대체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부모가 살아남는 경우에는 법의 심판을 받지만 일가족 모두가 사망하면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반드시 사법 외 영역에서의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새올법률사무소)는 "법원은 가벌성과 여러 정황을 보고 처벌 수위를 판단하는 것뿐"이라며 "사건이 일어난 가정이나 피해 자녀의 회복 등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복지·교육 현장에서 종사하는 이들은 자녀들을 통해 가정의 위기, 특히 극단적 선택의 징후를 포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강원도의 한 아동보육시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A씨는 "부모들과 자주 대면상담을 하거나 가정방문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아이 몸에 학대흔이 있거나 며칠 등원하지 않는 이상 알아채기 쉽지 않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B 교사도 "학기 초에 가정환경 조사를 하지만 학생 위주라서 가정 형편은 가정에서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 알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B 교사는 특히 '완도 일가족 사망' 사건 직후 교육부가 내놨던 '교외 체험학습을 떠난 학생과 주 1회 이상 통화' 방침을 언급하며 "가정 소통은 아이들의 성장을 돕기 위함이지 단순히 교사의 개입만으로 가정의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결국 비극을 막으려면 자녀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부모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정신적으로 궁지에 내몰리기 전 선택할 수 있는 대안들이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본다.

전국적으로 가족상담·가족생활교육 등을 지원하는 가족센터(구 건강가정지원센터) 207곳, 채무·회생 상담 등을 지원하는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50곳이 설치돼 있고, 각 시·군·구 보건소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설치돼 있다. 진행 중인 사업이 다양하고 상당 부분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복지 서비스, 수당 등이 있으나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이미 자식을 죽일 생각을 할 정도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에게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극단적 선택이 아닌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걸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부모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문제상황에 따라 각 지역의 가족센터 등 공공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연진 송파가족센터장도 지난 4월 발표한 논문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 모색'에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가정에 적합한 프로그램에 대한 충분한 정보전달이 부족하다"며 "지속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과 홍보가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B 교사는 "사회적으로 논의되는 문제에 대해 교사들이 연수를 듣는 것 만큼이나 부모들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며 "부모들이 각자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