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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로 영화까지 '뚝딱'…AI 영상감독이 반갑지만 않은 이유

등록 2024.02.25 10:00:00수정 2024.02.25 11: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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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로 영화까지 '뚝딱'…AI 영상감독이 반갑지만 않은 이유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독이 든 성배일까.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이번엔 영상 생성 인공지능(AI) '소라'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텍스트만 입력하면 최대 1분 분량의 영상을 뚝딱 만들어준다.

영상 제작 환경을 대폭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한편으론 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도 피할 수 없는 이슈다.

글자만 입력하면 1분짜리 영상이 뚝딱…일자리 위협

오픈AI가 공개한 '소라'는 현존하는 최고의 영상 생성 AI 모델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구글이 먼저 공개한 생성 AI 모델 '루미에르'가 단 5초 분량의 영상물을 제작해주는 것에 그쳤는데, '소라'는 최대 1분 분량의 영상을 만들어주면서 구글의 기술을 압도했다.

덕분에 유튜브·틱톡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1분 미만의 짦은 영상(숏폼) 제작에 용이하다. 콘텐츠만 있으면 누구나 영상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어도비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크리에이터 수는 3억 30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2020년 이후 2년 동안 1100만명의 신규 크리에이터가 탄생할 정도로 새로운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영상 생성 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조만간 장편 영화 제작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에서도 생성형 AI 기술이 쓰였다. 주인공 장난감(배우 손석구)의 회상 장면에서 손석구의 어린 시절 모습과 빼닮은 AI 아역 배우가 등장한다. 실제 아역 배우 얼굴에 딥페이크 기술을 더해서 몰입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는 AI가 영상 제작자들의 고된 업무도 대신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이 하기 힘든 위험한 촬영이나, 몇 날 밤을 세워가며 편집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실제로 오픈AI의 '소라'가 만든 영상물은 사람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것과 같은 수준의 뛰어난 품질로 발전을 거듭해가고 있다.

다만 한편에선 기존 영상산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할리우드 배우 조합은 AI가 얼굴과 음성을 합성해 실존 배우를 대체하지 못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지난해 150여일간 파업을 전개한 바 있다. 또한 미드저니, 스테이블디퓨전 같은 이미지 생성 AI의 등장에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사진작가들 역시 권리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영상 생성 AI '소라'는 어떤 데이터 학습했을까

생성형 AI 기술이 더 발전하려면 저작권 문제도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생성형 AI가 고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인데, 오픈AI의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콘텐츠 역시 기존의 텍스트·이미지·영상·음성 데이터를 토대로 복제 내지 짜집기한 결과물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미국의 유력 언론사 뉴욕타임스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세계 최대 이미지 스톡 업체인 게티이미지는 스태빌리티AI가 이미지 생성 AI 학습에 자사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고소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신문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웹툰협회 등을 중심으로 AI의 저작권 침해 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영상산업계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동영상을 사업에 활용하려면 제작자, 배우, 편집자 등 여러 저작권자와 개별적인 협상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미 생성형 AI가 한국적인 요소를 담은 영상이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AI 학습에 한국의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픈AI는 어떤 데이터를 토대로 영상 생성 AI '소라'를 학습시켰는지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한국, 생성 AI 둘러싼 저작권·개인정보 논의

한국의 저작권법상 생성형 AI를 둘러싼 여러 법적 쟁점을 풀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지난 19일 '2024 AI-저작권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발족하고 첫 회의를 진행했다. 앞으로 문체부와 위원회는 AI 학습에 저작물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를 비롯해 학습데이터의 공개 여부, AI 산출물의 법적 성격과 저작권 침해 여부 등 AI 학습과 산출 단계에서의 쟁점에 대한 정책 방안을 모색한다. 'AI-저작권 법·제도 개선 방안 연구'도 병행한다.

전병극 문체부 차관은 "AI기술 발전과 응용 가능성이 무한한 만큼 이를 관리하고 긍정적 활용을 이끌어 내야 하는 양면성이 존재한다"며 기술 측면의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신기술·신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AI 프라이버시 6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지난 20일 '산업계 신년 간담회'에서 개인정보 관련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새로운 프라이버시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디지털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라스베이거스=뉴시스]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대형 구형 공연장 스피어 내부에 설치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우라(Aura).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라스베이거스=뉴시스]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대형 구형 공연장 스피어 내부에 설치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우라(Aura).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AI 산업 육성 위해 규제 풀어줘야 할까…특정 기업 독점 우려도

하지만 기존의 저작물을 생성형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우리 기업이 규제에 가로 막혀 AI 혁신산업을 육성하지 못하는 사이, 오픈AI와 같은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우리 산업과 데이터를 독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나라가 해외 빅테크 기업에 데이터 주권을 위협받지 않으려면 저작권법상 TDM(텍스트 데이터 마이닝) 허용, 비실명 개인정보 규제 축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그룹 총괄은 "우리나라는 선(先) 규제, 관치 규제 시스템이다. 반면 2014년 영국, 2017년 독일, 2018년 일본은 모두 저작재산권의 개별적 제한규정을 신설하는 방법으로써 TDM 면책 조항을 신설해 이를 허용했다"며 "혁신산업은 규제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주무부처들과 국회가 못하면 디지털플랫폼정부에서라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우리나라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나라에서 무조건적인 허용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인류가 쌓아온 지식을 AI 기업들에 개방해서 1%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발상도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사람들의 일자리를 AI가 대체하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이 산업을 독점하게 될 경우 생기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이다.

김명주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바른AI연구센터장)는 "저작권을 허용하려면 공공의 목적과 보편적인 기술 발전을 전제해야 한다. 물론 기술 발전도 중요하다. 하지만 특정 AI 기업들을 위해서 저작권을 허용한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인류의 지식 가치를 흔드는 것이 된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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