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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中 환율조작국' 공약 파기…대외정책 분기점 주목

등록 2017.04.13 11: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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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와 걸어가며 취재 카메라를 향해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17.04.10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심 공약인 대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을 파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이러한 노선 변경은  중국과의 전면 대결을 피해 북핵 문제 해결을 압박하고 정책선택의 폭은 넓히는 등 내 팔을 하나 내주고 적장의 목을 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대중 환율조작국 지정 포기)는 미국의 우선 순위가 호전적인(belligerent) 북한을 통제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환율조작국이 아니라는 면죄부를 발부해주는 대가로 북한을 상대로 채찍을 더 강하게 휘둘러달라는 회유책이라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SJ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환율조작국’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행위는 중국과의 대화 기류를 좌초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는 아울러 중국도 위안화 가치를 지난 수개월간 더이상 인위적으로 낮추지 않아왔다고 강조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근거도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발언은 중국 시진핑 정부가 한걸음 물러날 퇴로를 차단해서는 미국도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중국산 수입품을 상대로 무려 45%에 달하는 초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후속 조치’가 따른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사실상 대중국 무역 전면전을 의미한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손발을 묶어 타협의 여지를 없앨 개연성이 높다. 도시와 농촌·농민공과 도시민·해안과 내륙지방·동부와 서부의 격차가 확대되며 깊어져온 중국내 민족주의열기가 다시 뜨거워지며 정책 선택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15년 경제성장률이 6%대(6.9%)로 추락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6.7%에 그쳤다. 올해 성장률도 6.5%나 그 이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깨닫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은 시진핑 호 출범 이후 ‘신형대국관계’를 내세우며 미국과의 협치를 강조하고, 자국의 핵심 이익도 존중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을 세우는 시리아·우크라이나 문제, 사이버 안보, 그리고 테러 대응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공조해야할 전략적 이슈들이 크게 늘어난 현실을 반영한다.

 매슈 굿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연구원은 “이러한 정책 선회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는 미국 국제 정책의 노멀한 범위 내(normal bounds)에서 행동할 것이라는 또 다른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외정책에 관한한,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행정부 시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공약이다. 그는 작년 대선에서 지난 1992년 이후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북동부와 중서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근로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을 표적으로 삼는 선거전략을 펼친 바 있다.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핵심 공약 파기는 트럼프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인 경제민족주의자 그룹의 퇴조를 알리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이들 경제민족주의자 그룹은 지난해 대선에서 '중국 때리기'를 공화당 집권전략의 골간으로 삼아왔다. 트럼프가 이들 그룹과 거리를 두고 월가로 대변되는 세계화 지지 그룹에 급속히 기울고 있다는 뜻이다.

 WSJ은 “트럼프의 새로운 입장은 다음 주 워싱턴에 모이는 각국의 금융 수장(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들을 상대로 현정부가 세계 경제 현안을 해결하는 데 더 유화적 접근을 취하고, 무역 부문에서도 공세적 위협을 누그러뜨릴 것이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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