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반복되는 장마철 피해에도…'풍수해 보험' 가입 10명 중 3명뿐

등록 2024.06.23 06:30:00수정 2024.06.23 06:55:2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지난해 기준 풍수해 보험 가입 81만건…역대 최대

가입률은 저조…주택 기준 33%, 한 자릿수 지역도

필요성 못 느끼고 인지도 적어…지원 중복도 안돼

정부 "가입 적극 독려"…제도개선 방안 모색 필요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정체전선이 북상하며 호우경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인근 횡단보도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4.06.20. woo1223@newsis.com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정체전선이 북상하며 호우경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인근 횡단보도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4.06.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급격한 기후 변화로 해마다 여름철 집중호우 등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면서 지난해 '풍수해·지진재해 보험'(풍수해 보험) 가입 건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입률이 여전히 33% 수준에 그치고 있어 피해 예방을 위한 가입 독려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풍수해 보험 가입 건수는 총 81만87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풍수해 보험법 제정으로 2008년 풍수해 보험이 본격 도입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풍수해 보험은 국민이 예기치 못한 풍수해를 입었을 때 재산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정책 보험이다.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로 각각 5조원, 8조원의 역대급 재산 피해가 발생하자 재난 지원금 지급에 따른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면서 국민도 재해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상 재해는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지진, 지진해일 등 9개 자연 재난이다. 가입 대상은 공동·단독 주택, 농·임업용 온실,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상가·공장이다. 행안부가 관장하며 7개 보험사를 통해 1년 단위로 가입할 수 있다.

제도 도입 이후 20만~40만건에서 오르내렸던 풍수해 보험 가입 건수는 2020년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5년간 풍수해 보험 가입 건수는 2019년 36만3876건→2020년 42만1158건→2021년 52만6505건→2022년 73만6217건→2023년 81만879건이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통상 풍수해 보험은 자연재난 피해가 많이 발생한 그 다음 해에 가입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2022년 태풍 '힌남노'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많은 국민이 풍수해 보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풍수해 보험 가입을 대상별로 살펴보면 주택 65만3634건, 온실 1만5133건(면적 기준 4495㏊), 상가·공장 14만2112건이다.

시·도별로는 경기가 11만3496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남(7만8931건), 충남(7만8529건), 서울(7만8454건), 전북(7만4276건), 울산(7만1170건) 등의 순이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그러나 풍수해 보험이 올해로 도입 16년째를 맞은 점을 감안하면 전체 가입 대상 대비 가입률은 저조한 상태다.

풍수해 보험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가입 대상은 전국 주택 2000만 세대 중 195만여 세대다. 하지만 가입은 65만여 세대에 그치면서 가입률은 33.4% 수준이다.

지난 5년 간 풍수해 보험 주택 가입률은 2019년 18.9%→2020년 20.6%→2021년 24.9%→2022년 26.9%→2023년 33.4%로 늘고 있지만, 여전히 10명 중 7명은 가입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시·도별로 보면 대구(4.9%), 대전(5.8%), 충북(9.9%)은 가입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풍수해 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가입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풍수해 보험은 '의무 보험'이 아닌 원하는 사람만 가입하는 '임의 보험'이다. 풍수해를 입은 경험이 없거나 위험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풍수해 보험에 대해 모르는 국민이 많은 것도 가입률이 낮은 원인으로 꼽힌다. 보험사들 역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가입 유도에 소극적이다.

여기에 1년마다 보험을 갱신해야 하는 점, 낮은 보험료지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 재난 지원금과 중복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 등도 풍수해 보험 가입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문제는 올해는 예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8월 강수량은 평년(622~790㎜)보다 비슷하거나 많겠고, 대기 불안정 및 저기압 등으로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에는 제주와 남부 지방에 거센 장맛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정부는 더 많은 국민이 풍수해 보험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함께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정책 보험과 비교했을 때 가입률이 크게 낮은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재해 취약 지역은 계속 가입을 독려하는 한편,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 대해서는 무료 가입 등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주택 기준 일반 보험료는 연간 3~4만원으로, 정부와 지자체는 이 중 70% 이상을 지원해주고 있다. 정부는 이를 다음 달 1일부터 55%로 줄이는 대신 재해 취약 지역과 경제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최대 100%까지 늘릴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풍수해 보험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직접지원 방식인 재난 지원금이 풍수해 보험 등 정책 보험의 가입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제도 간 역할 조정 등 개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