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정책 없이 정쟁만' 이진숙 청문회 1R 10시간
10시간 넘는 마라톤 청문회…현안은 망 대가·광고 규제 등 그쳐
여야 갈등만 불붙어…"방송장악 선봉" vs "방송 정상화 적임자"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한 뒤 인사를 안하고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2024.07.24. [email protected]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청문회에서는 수년째 쌓여온 방송통신 관련 현안보다는 이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 MBC 재직 시절 비위 의혹 등 여야의 날선 공방만 이어졌다.
넷플 등 OTT 망 사용료에 "특히 살펴볼 것"…과도한 광고 규제 지적에도 "공감한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 후보자를 향해 '국내 콘텐츠 제작 및 해외 진출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 방안'에 대해 물었다. 이 의원은 "망무임승차 관련해서는 시장의 사적 계약의 자율성을 우선하되 힘의 차이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방통위가 매년 실시하는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수요 독점력이 강화되고 있고, OTT 서비스 등 경쟁매체 성장으로 한국 방송시장 침체는 구조화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가 만든 문화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 끌고 있지만 국내 방송 생태계가 파괴되고 제대로 된 플랫폼이 없다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익은 다른 나라가 가져가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의 경우에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어 비대칭적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청문회를 거쳐 방통위원장으로 임명 된다면 이 부분을 특히 주목을 하고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뉴미디어인 OTT와 레거시 미디어인 TV 방송 등에 대한 규제 수위에 대해 질의했다. 이 의원이 "OTT와 레거시 방송국 규제수준을 맞추는 방향성에 동의하나"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 이 의원이 지상파나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규제가 많다고 꼬집자 이 후보자는 "밤 10시에만 허용되는 지상파 주류광고나 출산률 내지는 모유 수유(촉진) 등 때문에 조제 분유와 조제 우유도 광고할 수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이같은 레거시 미디어 대상 광고 규제가 시대 착오적이고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고 답했다.
청문 내내 여야 정쟁 계속…마타도어·헛짓거리 등 거친 발언도 나와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하며 야당 의원 및 언론노조 관계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2024.07.24. [email protected]
청문회 시작 직후에도 이 후보자가 모두발언 및 증인 선서를 마치고 최민희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에게 선서문을 제출하면서 인사를 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면서 경직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이 후보자에게 "저와 싸우려 하지 말라"고 나직이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극우 인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고 꼬집으며 언론관, 정치관 등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가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등을 이끌어 방송장악을 위한 최선두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 등을 두고 야당 의원들은 '제3의 이동관이 될 것',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광고 탄압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 '편협한 사고방식'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이 후보자가 대전MBC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법인카드, 업무추진비 등을 사적 용도로 부정하게 유용했다는 의혹도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적임자라고 맞섰다.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야당이 방통위원 후임자를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엄호하기도 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방통위 2인 체제에는 위법성이 없다며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여야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다소 거친 표현이 오가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과방위원들의 질의에 대해 '마타도어', '중상모략'이라고 표현하며 사과하는가 하면, 야당 측에서는 이 후보자에게 '헛짓거리를 했다'고 지칭하며 과방위원장의 지적을 받았다.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이 후보자가 "저에 대한 인신모독이다. 한국에서 박정희, 이승만을 존경한다고 하면 극우가 되고 김대중, 노무현을 존경한다고 하면 세련된 지식인인 것처럼 취급받는 게 아주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례적으로 24~25일 이틀 동안 진행된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자료 제출, 답변 등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다며 필요 시 청문회 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청문회 첫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 후보자의 개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25일 오전까지 추가자료로 제출한다는 안건까지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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