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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들어간 버티컬 플랫폼…펀딩도 '난항'

등록 2024.08.13 15:39:20수정 2024.08.13 18: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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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30~50% 조정


(왼쪽부터)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PC버전 스토어 모습(사진=각사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왼쪽부터)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PC버전 스토어 모습(사진=각사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종혜 기자 =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국내 버티컬 플랫폼의 다수가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자금 조달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티메프 사태의 핵심인 '정산주기 지연'으로 자금 유동성 악화까지 불거지면서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버티컬 플랫폼들이 신규 투자 유치나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기업가치가 30%이상 하락하는 등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각 플랫폼 기업들이 존립에도 위기를 맞으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기존주주들이 추가 자금 조달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버티컬 플랫폼은 패션, 식품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한 e커머스를 뜻한다.

버티컬 플랫폼들이 연쇄 자본잠식에 빠진 이유는 그간 계획된 적자를 명분으로 거래액, 즉 외형성장에만 집중하면서 외부 투자에 의존한 자금조달을 해왔기 때문이다. 거래액 확대의 비결은 쿠폰을 통한 마케팅이었다. 할인쿠폰 비용은 판매자와 플랫폼이 분담하는 구조다.

특히 쿠팡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거래액' 기준으로 투자를 유치하면서 외형성장을 하며 나스닥까지 성공한 선례를 보이며 기업과 기관투자자 모두 외형성장이 당연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내실없는 경쟁적 외형성장은 시장 유동성 악화에 부딪쳐 ‘적자’로 귀결됐다. 또한 정산주기 차이에 따라 자금 유동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표적으로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발란 등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완전자본잠식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뜻으로 자금 조달없이는 자립이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패션플랫폼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5년째(2019년~2023년) 자본잠식을 기록하고 있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초기 투자금(자본금)을 모두 소진했다. 지난해 기준 누적적자인 미처리결손금은 2042억원에 달했다.

다만 에이블리는 그동안 꾸준히 투자를 유치하면서 결손금 보전 처리가 가능한 자본잉여금 1500억원을 보유 중이다. 현재 중국 최대 이머커스 기업 알리바바로부터 1000억원 이상 규모의 투자를 유치 중이다. 다만 티메프 사태 전부터 검토됐던 투자라 조정도 관측된다.

또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531억원과 단기금융상품 261억원 등 1년안에 현금화가 가능한 자금이 10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하면서 당기순이익이 500만원을 거뒀지만, 결손금을 크게 줄이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품 플랫폼 발란도 지난해 미처리결손금 규모가 784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자본잠식 상태다. 또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 56억원을 비롯해 총자산은 76억원에 그친다. 여기에 발란은 온라인 명품 소비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매출액이 392억원으로 전년대비 59%나 줄었다.

또 다른 명품 플랫폼 트렌비는 지난달 전환사채(CB)를 발행해 55억원을 조달했다. 기존 투자자들이 인수했다. 기업가치는 1억70억원 수준으로 2년전 보다 3분의1수준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들는 일반적으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 방식인데 반해 CB로 투자한 이유는 원리금 상환이 보장되어있기 때문이다. 자금 회수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일반적으로 CB발행은 투자자들의 자금회수에는 유리하지만 기업에게는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선호되는 방식은 아니다.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지만, 결손금이 급격하게 늘어난 곳들도 있다. 누적된 적자가 반영된 탓이다. 패션플랫폼 브랜디와 하이버를 운영하는 유넥스는 지난해 500억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탓에 결손금은 1460억원에서 1920억원대로 증가했다.

티메프 정산주기 사태가 버티컬 플랫폼 제도와 구조조정이 일어나며 긍정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버티컬 플랫폼 관계자는 "플랫폼사들의 불투명하고 불규칙한 정산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산 주기 의무화 및 대금 관리 재발 방지 입법 논의가 지속돼 에스크로 형태로 3자 분리가 제도화되어 정산 대금 유용을 막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VC업계 관계자는 "버티컬 플랫폼은 과거 단순 외형 성장으로 거래액 확대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 유통구조 혁신 등 내실을 다지는 노력을 기울여야 지속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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