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았다가 하지마비 온 병원 직원…산재 인정될까[법대로]
정부, 의료기관 종사자 우선접종대상자 선정
아스트라제네카 맞은 작업치료사…하지 마비
근로복지공단, 산재 불인정…"인과관계 없어"
法 "공단 처분 위법…백신에 따른 증상 인정"
[서울=뉴시스]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정부 지침에 따른 우선접종대상자에 해당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하지마비 증상이 나타났다면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지난 2021년 2월 경기도의 한 병원에 입사해 작업치료사로 근무하던 김모(29)씨는 입사 한 달 뒤인 3월4일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정부가 김씨가 일하던 병원 등 일부 의료기관의 종사자를 백신 우선접종대상자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백신을 맞은 당일 밤부터 열과 구토, 왼쪽 팔·다리 위약감,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두 달 뒤인 5월27일에는 신경계통 및 근골격계통의 손상을 진단받았다.
이후 6월2일에는 길랭-바레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는 신경세포의 손상으로 통증, 무감각, 근육 약화, 마비 등이 일어나는 신경학적 질환이다.
김씨는 근로복지공단(공단)에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2022년 1월 '이 사건 증상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에 김씨는 지난해 5월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허준기 판사는 지난 5일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허 판사는 백신과 이 사건 증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백신 접종이 원인이 되어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허 판사는 "백신 접종과 증상 발현은 시간적으로 밀접하다"며 "김씨는 2021년 3월4일 백신을 접종한 당일 밤부터 열, 구토, 왼쪽 팔·다리 위약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 6월2일 이 사건 백신의 부작용으로 보고되고 있는 길랭-바레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며 "김씨의 주치의는 길랭-바레 증후군과 증상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또 김씨의 업무와 증상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허 판사는 "김씨는 환자의 재활을 도와야 하는 작업환경 특성상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이 사건 백신을 접종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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