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미 민간외교 한계에 우는 재계
![[기자수첩]대미 민간외교 한계에 우는 재계](https://img1.newsis.com/2025/02/27/NISI20250227_0001780201_web.jpg?rnd=20250227164058)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트럼프 상호관세는 제가 협상을 할 내용이 아닙니다. (관세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한국 정부가 하게 될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민간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찾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경제사절단 방미 성과에 대해 이렇게 선을 그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리더십 부재 상황이 석달 넘게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 등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정부는 사전예방은 커녕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간 직접 외교를 선호하고, 개인적인 유대를 중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방미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만나 '황금 투구'를 선물받았으며,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공동 개발과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다.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도 들린다. 이에 반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면담은 커녕 전화 통화조차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요 기업 중심 민간 경제사절단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건 그만큼 글로벌 경제에서 우리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기업들은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민간 차원 외교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의 외교는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실제 대한상의가 이끈 이번 사절단은 백악관 고위관계자와의 만남에서 일정 조율에 난항을 겪었다.
당초 19~20일 워싱턴D.C. 방문 일정이었던 사절단은 둘째날 하워드 러트닉 신임 상무장관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일정 조율에 실패하며 결국 하루 뒤인 21일 30여분간 만남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다른 일정이 있었던 주요 기업인들이 대거 사절단을 빠져나가며 최 회장을 포함한 10여명 만이 러트닉 장관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인에 대한 홀대 논란이 나올 정도로 홍역을 치렀다는 전언이다.
러트닉 장관은 면담 자리에 참석한 기업인들에게 "다음 번에는 양국 기업과 정부가 함께 만나 논의를 이어가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정부 차원의 논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대표적인 미국통인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이끄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역시 내달 방미를 계획했지만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방미 일정이 잡히면서 정부 간 협상 추이를 보기 위해 일정을 연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반도체 등 한국의 주요 산업에 25% 이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방침을 강조하면서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답답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주요 산업에 대한 트럼프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사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국내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리더십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 기업들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유례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도 통상 환경 악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정치적 혼란 장기화가 더해진다면 산업계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하루속히 리더십 부재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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