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백신, 男청소년 지원"…여야 막론 국감서 집중질의
전세계 발생 암의 5%, HPV가 원인
남성에도 구인두암·항문암 일으켜
내년 국가필수접종 예산 대폭 삭감
"남성 청소년 HPV 지원 확대 시급"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지난 2021년 8일 백신 주사 접종 모습. 2021.12.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의 남성 청소년 확대 사업이 내년도 질병관리청 예산 삭감으로 좌초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남녀 모두 접종 지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9개 의원실에서 9가 HPV 백신의 남성 청소년 지원 확대 추진에 대해 질병관리청에 서면질의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은 HPV 9가 백신의 남아 국가예방접종 확대 필요성 또는 추진 방안을 문의했다.
의원실은 지난 7월 아시아·오세아니아 생식기 감염 및 종양학회 전문가들이 HPV 관련 암 예방을 위해 '남녀 모두 백신 접종'을 권고한 것에 대해 질병청의 의견을 물었다. 남녀 모두 접종할 수 있도록 무료 지원하면 오히려 질병으로 인한 사회 비용이 감소하지 않냐는 질의도 포함됐다.
HPV 백신의 남성 청소년 접종 지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공약이자 국정과제다. 실제 질병청은 HPV 9가 백신을 남녀 청소년에게 모두 무료 지원하는 국가예방접종 사업 확대 준비를 이어왔다.
성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HPV는 대부분 소멸하지만 지속 감염은 수년에서 수십년 후 다양한 암 발생의 위험 요인이 된다. 세계에서 발생하는 암의 5%는 HPV가 원인이다. 1분마다 1명씩 HPV 관련 암을 진단받는 셈이다.
남성에게선 구인두암, 항문암, 음경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한다. 세계 15세 이상 남성 3명 중 1명이 최소 한 가지의 HPV에 감염돼 있으며 5명 중 1명은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군 HPV에 감염돼 있다.
두경부암은 HPV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로 최근 미국에서는 남성의 HPV 관련 두경부암 발생률이 여성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앞섰다. 국내에서도 지속적인 증가세다.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세영 교수는 지난 5월 HPV 백신 '가다실9'의 출시 5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두경부암 발생률이 미국의 트렌드와 유사하게 증가해 조만간 여성의 자궁경부암보다 남성의 두경부암 발생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에서도 남성 청소년의 HPV 백신 접종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OECD 가입 38개국 중 33개국이 남성 대상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국가필수예방접종·NIP)을 도입했지만 한국, 멕시코, 코스타리카는 2가, 4가 백신을 여성 청소년에게만 지원하는 실정이다.
어린이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 18종 백신 중 남성 청소년만 지원하지 않는 백신은 HPV가 유일하다. 국내에서 시행하는 어린이 국가필수예방접종은 꼭 필요한 예방접종 서비스를 가까운 지정의료기관에서 비용부담 없이 접종하도록 하는 국가의 비용 지원 사업이다.
남성 청소년 확대 시행이 더뎌지는 이유로는 질병관리청이 지난 8월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 25% 감소가 주요 영향으로 꼽힌다. 질병관리청의 올해 전체 예산은 1조5303억원이었으나 내년도 예산안은 1조2698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 중 국가예방접종 사업 예산은 내년 6018억원으로 24.9% 줄었다.
내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임기 내 대통령의 약속 이행은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질병청이 NIP 확대를 위해 연구해온 우선순위, 비용효과에 대한 근거를 다시 마련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시간이 소요돼서다.
서영석 의원은 지난 15일 "HPV 감염 질환자 수가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백신 지원을 무산시키는 것은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며 "남녀 청소년 HPV 지원 확대를 통해 명실상부한 복지선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질병관리청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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