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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첫 국가문화재 등록 추진 70년 역사 화성 남양고[르포]

등록 2024.04.25 15:42:31수정 2024.04.25 16: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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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기간 마을주민들이 건립, 기부채납

건립당시 형태 유지…문화재 등록 후 체계적 관리 필요

경기도문화재 등재는 3월22일 예비심의 통과

[화성=뉴시스] 문영호 기자=화성 남양고등학교 행정동. 투박하게 다듬은 화강석을 하나씩 쌓아올린 후 시멘트 몰탈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만들었다.2024.04.25.sonanom@newsis.com

[화성=뉴시스] 문영호 기자=화성 남양고등학교 행정동. 투박하게 다듬은 화강석을 하나씩 쌓아올린 후 시멘트 몰탈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만들었다[email protected]


[화성=뉴시스] 문영호 기자 = 비 갠 뒤 맑고 청명한 하늘 아래 24일 찾은 경기 화성시 남양고등학교 행정동은 화강암의 무게만큼이나 하늘과 대비되며 완강히 버티고 서 있다. 멀리 높이 솟은 아파트마저도 학교 부속물처럼 보인다.

거칠게 다듬은 화강석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고 시멘트 몰탈로 마감한 벽체가 인상적이다. 화강석들이 투박하게 이어지면서 하나의 건물을 이뤘다. 한 덩이 한 덩이 화강석을 쌓아 올렸음을 과시하려는 듯 반듯한 줄눈을 새겨넣어 건물에 질서를 불어넣었다. 건물 중간중간에 도드라지게 들어선 여섯 개의 굴뚝 기둥이  자칫 단조로울 것 같은 건물에 리듬감을 더해준다.

머릿돌에 새겨진 기공일은 4285년 10월 15일, 준공일은 4287년 5월 31일로 단기로 표시돼 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0월 15일에 짓기 시작해 휴전 이듬해인 1954년 5월 31일에 건물을 완성했다.

이처럼 유서깊은 사연이 있는 남양고등학교 행정동(구 본관)에 대해 경기도화성오산교육지원청이 국가등록문화재 등재를 추진한다.

등록문화재는 근대 문화유산 가운데 보존이나 활용을 위한 가치가 커 지정·관리하는 문화재를 일컫는다. 개화기부터 6·25전쟁 전후의 기간에 건설·제작·형성된 건조물이나 문학예술작품·역사유적 등이 대상이다.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등재여부를 확정한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국가등록문화재 등재에 앞서 경기도문화재 등재를 추진, 지난달 22일 경기도 문화재위원회 제1차 등록문화재분과위원회의 예비심의를 통과했다. 오는 9월 본심의를 통과하면 경기도등록문화재로 정식 등재된다. 화성지역은 물론 경기도내 공립학교 중 최초의 등록문화재가 된다.

남양고 행정동(구 본관)은 6·25전쟁 당시 마을주민과 학생, 지역 유지, 미군 등이 합심해 지었다. 건립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건축물로, 주요 구조부의 형태가 건립 당시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시기 우리나라 교육시설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건물이라는 점을 등록문화재 등재 추진 이유로 들고 있다.

또 남양고 행정동(구 본관) 건립을 위한 당시 남양면 주민들의 협력과 민군(民軍)의 협조는 한국전쟁의 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했던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노력의 총체로 보존의 필요성이 크다고도 역설한다.
[화성=뉴시스] 문영호 기자=화성시 남양고등학교 행정동 내부 걸개그림. 1952년부터 남양면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학교청사를 지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걸개그림 아래쪽으로 벽체에 커다란 금이 가 있다. 2024.04.25.sonanom@newsis.com

[화성=뉴시스] 문영호 기자=화성시 남양고등학교 행정동 내부 걸개그림. 1952년부터 남양면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학교청사를 지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걸개그림 아래쪽으로 벽체에 커다란 금이 가 있다. [email protected]


남양면 주민의 학교건립 모습은 현재 남양고 행정동 벽면 걸개 그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측 하단에 '남양면장 정영덕 근정'이라고 쓰인 것으로 보아, 당시 남양면장이자 남양고 설립을 이끌었던 정영덕 선생이 학교가 지어지기까지의 면민들의 노력을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제작해 기증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 좌측 상단 문구 "거룩한 功(공)을 回想(회상)하고 나라의 充実(충실)한 동량(棟梁)이 되자"가 이를 입증한다.

그림은 남양고 구 본관과 함께 인근 돌산에서 날라온 화강석을 트럭에서 내리는 인부, 곡괭이로 돌을 골라내는 인부, 목재를 나르는 인부, 지게질을 하며 연신 땀을 닦아대는 인부, 새참을 이고 공사장을 찾은 부녀자 등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도 문화재 등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는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지만 전문가의 조언과 관리를 받아 널리 활용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등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행정동 내부 그림 우측과 하단 벽체가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크게 벌어지고 있다.
[수원=뉴시스] 화성 남양고등학교 전경.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2022.11.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화성 남양고등학교 전경.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2022.11.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화성 남양고등학교는 공식적으로는 1954년 4월 9일 보통과 3학급으로 개교했다. 구 본관동 사용은 1954년 5월 31일 준공 이후다.

남양고등학교의 시초는 남양고등공립학교다. 고등공립학교는 중학교로 진학하지 못한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이다. 정규교육과 사회교육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제도다.

남양고등공립학교는 1949년 인가를 받아 60 여 명의 학생을 수용했다. 당시는 교실이 없어 남양유치원과 남양초등학교 건물을 빌려 사용했다. 이후 1950년 6월 23일 중학교 설립을 위한 기성회를 조직했지만 이틀 뒤 6.25 전쟁이 발발했다. 휴전시기인 1952년 정영덕 선생 등의 활동으로 기금을 모아 1952년 10월 15일 기공했다.

1953년 4월 22일 그동안 남양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받던 남양고등공민학교 학생들을 모아 남양중학교를 개교해 운영하다, 1954년 4월 9일 남양고를 개교했다.

한때 남양고 행정동에 대한 철거논의도 있었다. 1층짜리 건물로는 늘어나는 학생 수를 감당하기에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팽배해지면서다. 남양고가 경기도교육청의 그린스마트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도 철거논의가 있었다. 건물 노후화에 따른 대책 마련의 차원이었다.

하지만 지역주민과 졸업생들의 존치 의견은 한결같았다. 화성 남양고등학교는 전쟁 기간 화성시 남양면민들의 후학 양성에 대한 열망, 지역민들이 직접 피땀을 흘리며 학교를 지었다는 자부심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MBC 사장과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강성구 씨와 김창수 전 중앙대 총장이 이 학교 출신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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