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어깨 닿는 좁은 집, 양가 어머니와 함께 산 10년…행복했어요"

등록 2024.05.08 06:00:00수정 2024.05.08 09:44:4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10년간 양가 어머니 모시고 산 김현순씨

"당연히 다 모시고 같이 살아야 한다 생각"

"양가 어머니들, 서로 보듬으며 살아 감사"

양천구청, 어버이날 맞아 효행자 표창장 수여

[서울=뉴시스] 10년간 양가 어머니를 모시고 산 김현순(56)씨. 사진은 김씨와 친정어머니 심순례(87)씨. 양천구청은 김씨에게 효행자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사진=김현순씨 제공) 2024.05.0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0년간 양가 어머니를 모시고 산 김현순(56)씨. 사진은 김씨와 친정어머니 심순례(87)씨. 양천구청은 김씨에게 효행자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사진=김현순씨 제공) 2024.05.0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홍연우 우지은 기자 = "아유, 너무 좁았죠. 아이들이 크니까 서기만 해도 어깨들이 다 닿았는걸요. 그래도 '이게 가능할까' 계산을 하기 보다는 당연히 우리가 같이 살아내야 하는 거로 생각해 방 3개짜리 집에서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저와 남편, 아이 3명까지 7명이 어깨 부딪혀가며 살았어요."

뉴시스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현순(56)씨를 만났다.

지난 1995년 30살의 나이로 2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한 그는 슬하에 딸 하나, 아들 둘을 둔 어머니다. 27년 전 신월동에 터를 잡은 그는 시어머니가 96세의 나이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10여년간 아이 셋을 키우며 양가 어머니를 돌봤다.

시작은 단순했다. '당연히 해야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김씨의 결단이었다. 시어머니를 모시는 건 당연했고, 친정 아버지의 홀대로 힘들어하는 친정 어머니가 안타까웠던 김씨가 "좁지만 같이 살자"고 가족들에게 말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제가 누구의 양해를 구하진 않았어요. 같이 살자고 통보식으로 얘기했는데 다행히 다들 많이 이해해 줬죠"라고 웃어 보였다.

그렇게 좁은 집에서 다 함께 끌어안고 사는 생활이 시작됐다. 방이 3개인 집에서 1개씩을 각각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에게 내드리자 부부와 아이들은 다 같이 자야 했다.

삼남매가 쑥쑥 자라자 서 있기만 해도 방 안에서 어깨가 스칠 정도였다. 김씨가 생각한 방안은 아이들을 기숙형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이었다. 각각 3살, 2살 터울인 아이들이 돌아가며 기숙사 생활을 해 좁지만 두 어머니를 봉양할 수 있었다.

그래도 다툼이 있었을 법도 한데 김씨는 고개를 내저었다.

양가 어머니들도 다툼 없이 오순도순 지냈다. 김씨의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는 10살 차이가 났다. 김씨가 밖에서 일을 하는 동안, 친정어머니가 시어머니 밥을 챙겨주시기도 했다. 시어머니 역시 몸이 성치 않아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김씨 친정어머니를 살뜰히 살폈다.

[서울=뉴시스] 10년간 양가 어머니를 모시고 산 김현순(56)씨. 사진은 김씨와 친정어머니 심순례(87)씨. 양천구청은 김씨에게 효행자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사진=김현순씨 제공) 2024.05.0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0년간 양가 어머니를 모시고 산 김현순(56)씨. 사진은 김씨와 친정어머니 심순례(87)씨. 양천구청은 김씨에게 효행자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사진=김현순씨 제공) 2024.05.08 *재판매 및 DB 금지




어머니들 얘기가 나오자 김씨는 밝은 목소리로 얘기를 이어갔다. "두 분이서 서로 마음을 보듬어주고 위로하며 살았던 거 같다. 저야 너무 고맙다"고 했다.

평생 까막눈으로 살아온 시어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쳐준 것도 그다. 시어머니는 교회를 다녔지만, 글을 몰라 성경책을 펴놓고 가만히 앉아 있기 일쑤였다고 한다. 맘에 걸렸던 김씨가 결국 직접 나서 시어머니에게 기역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늦게 글을 깨친 시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기 전, 성경 필사까지 할 정도가 됐다. 김씨가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다.

그렇게 두 어머니와 함께 생활한 경험을 살려 김씨는 현재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앞으로도 친정어머니를 잘 모시며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게 그의 가장 큰 꿈이다.

최근 친정어머니와 함께 국립횡성숲체원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는 그는 "어머니가 집에만 있다 보니 잘 걷지 못해 휠체어를 밀고 횡성 국립 수채원 정상까지 올라갔다"며 "힘들었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어머니를 잘 모시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 등장한 김씨의 모친 심순례(87)씨는 "요즘 너무 행복하다"며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노래를 부르는 심씨 뒤로는 김씨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김씨는 먼저 세상을 떠난 시어머니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가진 것 없이 빈손으로 왔는데도 저를 감싸주고 같이 살아주지 않았나. 같이 살다 보면 허물이 많이 보일 텐데, 그런 거 티도 안 내고 다 덮어주셨다.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늘 마중 나갈 정도로 따뜻한 분"이라고 추억했다.

양천구청은 김씨에게 효행자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