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는 급증, 거래는 급감
서울 '매물잠김' 심화하나

"양도세를 낼 바에 차라리 증여세를 내고 자식에게 물려 주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서울과 수도권에 아파트 3채를 보유한 강모(65)씨는 자녀 2명에 아파트를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집을 팔지도 보유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자녀에게 증여하는 게 상속보다 세금을 더 아낄 수 있다"며 "어차피 낼 세금이라면 자녀에게 물려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강화된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집을 내놓는 대신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매물 잠김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거래 건수가 전달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드는 등 거래절벽 현상도 짙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끌어올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도 최고 6.0%로 높였다. 정부는 종부세 과세표준 94억원(시가 123억5000만원) 초과 구간에 대해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현행 3.2%에서 6.0%로 상향하기로 했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4.0%로 올리겠다는 계획보다 2.0% 상승했다. 또 2주택 이하(조정대상지역 2주택 제외)의 경우 예정대로 2.7%에서 3.0%로 추진한다. 과표 50억~94억원(시가 69억~123억5000만원)의 경우 다주택자는 현행 2.5%에서 5.0%로 2배 올렸다. 과표 12억~50억원(시가 23억3000만원~69억원)도 다주택자는 1.8%에서 3.6%로 상향했다. 집값을 올리고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 다주택자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주택자에 대해 세금 부담을 강화하고, 투기성 수요에 '징벌적 수준'의 세금을 물리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또 투기를 억제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기 위해 수요 억제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꾸준히 늘려 주택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주택이 매물로 나오면 매물 잠김 현상 해소와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지난달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증여 거래는 276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의 전체 아파트 거래(1만2277건)의 5분의 1 규모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증여가 활발했다. 송파구가 45.1%로 전체 거래의 절반에 가까웠고, 강남구(43.9%)와 서초구(42.5%)가 뒤를 이었다. 지난달 부동산 관련 세금 강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한 '막판 증여'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12일부터 다주택자들의 세금 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증여재산의 취득세율을 현행 3.5%에서 최고 12%까지 인상했다. 이에 따라 2주택 이상 보유자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주택을 증여하면 해당 주택이 조정대상지역내 3억원 이상일 경우 취득세율이 12% 적용된다. 서울 아파트 증여가 급증한 반면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1만5587건에서 7월 1만654건, 8월 4588건으로 집계됐다. 다주택자들이 아파트를 대거 증여하면서 주택시장의 매물이 부족해지고,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다. 정부의 잇단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매수세가 감소하고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시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강화된 종부세율은 내년 6월1일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당분간 주택시장을 좀 더 관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매물 잠김으로 인한 거래절벽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모두 높은 상황에서 일부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매물 잠김이 이어질 수도 있다"며 "서울지역의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집값 움직임은 당분간 강보합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다주택자들이 당분간 주택시장을 변화를 지켜볼 것"이라며 "주택시장의 변화에 따라 절세를 위해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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