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시가총액 2위의 암호화폐로 올해 두 번째 암호화폐 랠리를 이끈 주역인 '이더리움(ETH)'. 이더리움은 사실 기존의 블록체인에서 분리된 새로운 체인으로 기존의 오리지널 블록체인은 바로 '이더리움 클래식(ETC)'이다. 이더리움 클래식은 비트코인의 사토시 정신을 지지하는 이용자들에 의해 살아남은 암호화폐라고 볼 수 있다.
이더리움이 '더다오(The DAO)' 해킹 사건을 계기로 이더리움 클래식과 분리되기 전까지 이 둘은 하나의 체인이었다.
더다오는 이더리움 커뮤니티로 해커들이 이를 공격해 약 520억원의 피해를 입힐 뻔한 사건으로 해커들은 이더리움으로 환전을 해주는 스플릿이란 기능의 약점을 노려 코드 오류를 일으킨 뒤 부당이득을 취하려고 했다. 다행히 인출 전에 이더리움 개발팀이 조치를 취해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스템 안전성에 대한 개발자들의 고민을 불러일으켰다.
해킹은 이더리움 체인의 문제가 아닌 더다오의 약점을 이용한 것이었지만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이를 계기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우선 소프트포크를 통한 방안과 하드포크를 통한 방안 그리고 '코드가 법이다'(Code is law)란 원친에 따른 무대응 등의 방법이 나왔다.
개발자들은 이 중 하드포크를 이용해 블록체인을 다시 재작성해 이전의 기록을 무효화시키고 기존 해커들이 가져간 이더리움을 기존 보유자들에게 주기 위해 새 블록체인으로 옮기기로 결정한다. 즉 새로운 암호화폐를 탄생을 의미한다.
개발자들은 2016년 7월20일 하드포크를 단행했지만, 기존의 코인을 소멸하는데 반대하는 10%의 사람들로 인해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두 개로 분리됐다.
하드포크로 새롭게 탄생한 블록체인의 새로운 버전은 '메인' 이더리움(ETH)이며, 해킹이 수정된 버전이었다.
하드 포크는 새로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의 블록체인에서 계속해서 채굴을 이어나가길 원하는 사람들도 있기에 기존 블록체인과 신규 블록체인 모두 존재하게 된다. 이처럼 블록체인이 2개 이상으로 나뉘어 각각 존재하는 경우로는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 등이 있다.
이렇게 기존 이더리움은 새로운 이더리움의 등장으로 '이더리움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이더리움 클래식은 이더리움의 모태로 흔히 '이클'로 줄여서 부른다. 이 때문에 한창 이클이 시장의 관심을 받던 시기에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클'로 벤츠 이클(E-Class)를 살 수 있다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이클은 지난 3월 말 1만3000원대 사이에서 움직였으나 이후 조정장을 지나고 5월 들어 20만원까지 오르며 약 1400%가 넘는 급등세를 기록한 바 있다.
본래 이더리움 클래식에는 발행제한이 없었지만 더다오 사건으로 이더리움과 갈라지게 되면서 이클은 2017년 12월11일 전반적인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방안을 발표했다. 이클은 500만블록마다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며 채굴 보상 역시 시대에 따라 20%씩 감소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반면 이더리움은 발행 개수에 제한이 없다.
이클과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 등 많은 기능이 호환되지만 이클은 기존의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발전을 추구한다면, 이더리움은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변화하는 방식을 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은 런던 하드포크를 통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 알고리즘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클은 작업증명 방식을 유지 중이다. 지분증명 방식은 작업증명 방식보다 친환경적인 채굴 방식이다. 작업증명 방식은 채굴에 참여하는 기기 성능에 따라 경쟁적으로 블록을 생성하게 돼 있어 장비 경쟁으로 인한 막대한 전력 소모가 우려사항으로 꼽힌다.
이클과 이더리움은 엄연히 다른 블록체인으로 이클은 원조 블록체인인 비트코인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신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발행량을 제한하고 초창기 증명방식인 작업증명 방식을 고수하는 점 등에서 알 수 있다.
이더리움은 디앱(DAPP·분산애플리케이션), DeFi(탈중앙화금융), NFT(대체불가능한 토큰)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성공시키며 신(新) 이더리움 왕국을 건국 중인 데에 비해 이클을 전통을 지키며 독자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클은 이더리움처럼 제대로 된 사업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시장에 관심도 차이도 크고 거기에 따른 시가총액 차이도 점차 벌어졌다. 이는 이더리움은 플랫폼 이용자가 많아지며 가치가 올라가는 형식이기에 다양한 파생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이클은 희소성을 바탕으로 가격이 높아지는 방식인 탓도 있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이더리움은 2위(약 476조원), 이더리움 클래식은 26위(약 9조원)를 기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