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징계위 공정성 강조한 文대통령…'찍어내기' 의혹 불식
文 "징계위 운영, 절차적 정당성 매우 중요"…첫 공개 언급
징계위 결론 그대로 집행 예정…절차적 흠결 제거에 집중
법무부에도 절차적 정당성 강조…尹 징계위 10일로 연기
靑, 이용구 법무차관 '백운규 변호 논란' 이해충돌 반박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01.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이 전날 고기영 법무부차관 뒤를 이을 신임 법무차관을 속전속결로 발표한 것을 두고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법무부는 윤 총장 측 의견을 수용해 징계위를 4일에서 10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진들과의 오찬에서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운영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업무 배제 조치 이후 문 대통령이 윤 총장과 관련한 공개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직자의 자세를 강조하며 검찰과 윤 총장을 향해 에둘러 비판 메시지를 낸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위기를 넘어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만 했었다.
문 대통령은 전날에도 윤 총장의 징계위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윤 총장의 징계 수위 여부를 떠나 적어도 투명하고 공정한 상황에서 징계위만큼은 열려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했다.
법검 갈등에 최대한 거리를 둬왔던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위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징계위라는 의사결정체에 최대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불어넣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절차적 흠결 없이 징계위가 열릴 수 있게 하고, 열린 공간에서 서로의 주장이 충분히 논쟁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징계위의 결정을 그대로 집행하겠다는 뜻도 내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징계위에서는 해임·면직 등 중징계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감봉이나 정직 등 경징계가 나올 수 있다는 여러 관측들이 분분한 상태다.
[서울=뉴시스] 홍효식·박미소 기자 =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소집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정부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고. 같은 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승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12.03. [email protected]
법적 절차를 중시하는 문 대통령은 징계위가 어떤 결론을 내든 그 결정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판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징계위의 결정에 재가하는 것은 일종의 귀속 결정이니만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원회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이와 같은 인식 위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강 대변인은 "현재 징계위가 어떤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것처럼 예단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예단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봐 주시기를 당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이미 윤 총장 징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께서 징계 절차에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징계위가 열리는 동안 가이드라인은 없다는 입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판사 출신인 이용구 신임 법무 차관을 내정하는 대신 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지 못하도록 하는 단서를 달았다. 문 대통령은 "신임 이용구 법무차관에게 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에도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를 4일에서 10일로 또 한 차례 연기하기로 했다. 윤 총장 측의 연기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이 역시 문 대통령이 강조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
[과천=뉴시스]박미소 기자 =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2020.12.03. (공동취재사진) [email protected]
징계위에 들어가는 이용구 신임 법무차관은 이날 법무부 정부과천청사로 첫 출근하면서 "결과를 예단하지 마시고,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오로지 적법절차와 법 원칙에 따라 직무에 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결국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는 모양새로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개혁 소임을 접을 수 없다", "이 백척간두에서 살 떨리는 무서움과 공포를 느낀다"고 적었다.
한편 임기를 시작한 이 차관이 최근까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변호를 맡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시비가 붙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번 차관 인사와 원전 수사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원전 업무와 차관 업무가 중복되지도 않으며, 이를 이해 충돌로 연계짓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법적 절차에 따라 비어 있는 차관 자리의 공석을 채움으로써 절차적 흠결을 제거한 것이자, 징계위가 정당하게 운영되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차관이, 검찰이 지금 수사하고 있는 월성 원전 1호기와 관련된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의 변호인이었다는 자체가 이해충돌 방지에 저촉된다"면서 "지금이라도 지명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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