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①] 반기문 "文정권, 前대통령 감옥 보낸 건 치명적 잘못"
"지금 대선과정에서 국가대통합 실종...부정적 모습 난무"
"사람의 인성을 기르는 교육대개조를 먼저 해야한다 생각"
"대선후보들, 기후변화 이야기 안 해…글로벌 비전 없어"
"탄소중립, 유력 대선후보들조차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해"
"탄소중립위, 제 의지나 정책목표와 달리 축소지향적 출범"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반기문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01. [email protected]
반 전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 재단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정치의 문제점, 탄소중립 등 국내정치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우리 정치에 있어서 어떠한 경우든 정치보복은 없어야 한다"며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도 같은 명분으로 사면·복권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최근 낸 회고록에서 '국가지도자는 국가 대통합에 솔선수범해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내년 대선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매우 우려스럽고 답답하다"고 답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맥상통하는 시대정신은 국가대통합, 국민대화합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대선 과정에서 이러한 시대정신은 실종되고 이전투구식 비방과 비난, 신상검증이라는 명분으로 전개되고 있는 과도한 인신공격 등 부정적인 모습이 난무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고 답답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대통합, 국민대화합을 위해선 국가지도자나 국가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자기희생과 헌신의 정신을 갖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저는 UN사무총장 10년 간 세계 각 국을 방문하면서 자기희생과 헌신의 정신이 결여된 국가지도자가 권력을 남용하고 사익을 취함으로써 국가를 어떻게 분열시키고 질곡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는지를 생생하게 목도했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이런 맥락에서 저는 2017년 당시, 국가대통합을 위해서는 우리의 정치, 그 자체를 교체해야하고 이를 위해 임기 단축의 개헌도 수용하겠다는 의지까지도 밝힌 바 있었다"며 "국가지도자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지지층만을 위하거나 인기에 영합하고, 표만 생각하고 언행한다면, 그 결과는 분열과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숙고하고 떨쳐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도자의 희생과 헌신의 정신은 인격과 품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지도자를 선출하는 하나의 기준으로도 삼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17년 1월12일부터 2월1일까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참여를 한 20일간의 소회를 밝히며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번에 제가 느꼈던 과정과 지금 (대선의) 과정을 보면 대한민국이 이런 식으로 가면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최고의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고 모든 면에서 발전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정치수준은 거의 땅바닥"이라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대선 후보들을 에둘러 겨냥해 "멀쩡한 대학을 나오고 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이 엉뚱한 행동을 하고 말을 그렇게 하는 모습이 개탄스럽다"며 "우리나라는 사람의 인성을 기르는 교육대개조를 먼저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의 교육은 전부 좋은대학, 취직시험을 위한 것"이라며 "제가 60년 전에 받았던 교육보다 질이 떨어진다. 교육을 사람의 인성, 인품을 기르는 방향으로 개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들이 탄소중립에 무관심한데 대한 실망감도 털어놨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반기문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01. [email protected]
이어 "두가지 선언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국제 사회에 대한 약속이며 파리기후변화협약상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후퇴할 수 없다"며 "정부는 산업계가 우려를 기회로 만들어갈수 있도록 규제가 아닌 지원에 총력을 다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토록 중요한 국가 대사에 유력 대선후보들조차 수박 겉핡기식으로 대하고 있음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대통령 후보가 양당 8명씩 총 16명일 때 아무도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더라"며 "소위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글로벌비전이 없다는 뜻이라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야기가 들어가서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가 기후변화를 이야기 했다"며 "현재 이재명 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기후변화 이야기를 안 한다. 지금 누구 학력이 어떻다 이러면서 24시간 싸우고 있어 답답하다. 정치도 대개조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 전 총장은 2019년 4월부터 2년간 위원장을 맡았던 국가기후환경회의가 탄소중립위원회로 바뀐 것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으로서 일하면서, 강력한 미세먼지 저감 대책, 석탄발전의 2045년 완전 퇴출, 전기요금에 환경비용과 연료비 변동 반영, 늦어도 2045년부터 무공해차만 국내 신차 판매 허용 등의 정책을 정부에 제안했고 또 반영시키기도 했다"며 "이들 제안정책이 국민적 수용도가 매우 높았던 것에 대해 지금도 상당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미세먼지 차원을 넘어 탄소중립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국가기후환경회의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유관 기관과 통합해 범국가적 기구 창설을 제의했었는데, 그것이 바로 탄소중립위원회의 탄생으로 연결됐다"며 "하지만 저의 의지나 정책 목표와는 달리 탄소중립위는 축소지향적으로 출범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2050탄소중립'은 국가지도자의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고, 2050년까지 30년 동안 6명의 대통령이 밀고 나가야할 장기과제임에도 총리-민간위원장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위원회로 설치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탄소중립위는 지난해 8월 '2050탄소중립' 3개안을 발표했지만, 그 중 2개안이 2050 탄소중립에 못 미치는 제안이란 국민적 질타를 받았다. 탄소중립위는 2개안을 다시 발표하는 등 혼선이 있었다.
반 전 총장은 새정부가 출범하면 탄소중립위를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거나 탄소중립위원회법을 제정해 독립적, 중립적 기구로 운영해야한다고 했다. 또 탈원전이라는 우상을 내려놓고 합리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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