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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포기 우크라 처지 본 북한, 핵보유 더 고집할 수도

등록 2022.02.21 10:24:17수정 2022.02.21 10: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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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러·미·영 등과 핵 포기 조약

러시아 침공했지만 미국, 영국 안 도와

나토 가입하려 하자 러시아 침공 위협

北,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꺼릴 가능성

[키예프=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한 교관이 우크라이나 극우 단체회원들에게 AK47 소총에 관해 설명하는 동안 한 소년이 소총을 들고 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상황 악화를 구실로 20일 종료 예정이던 벨라루스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연장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22.02.21.

[키예프=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한 교관이 우크라이나 극우 단체회원들에게 AK47 소총에 관해 설명하는 동안 한 소년이 소총을 들고 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상황 악화를 구실로 20일 종료 예정이던 벨라루스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연장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22.02.21.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한때 핵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한 뒤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이에 끼여 고초를 겪고 있다. 북한이 이런 우크라이나를 보고 핵 보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더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은 세계 세 번째 핵무기 보유국이었다. 소련은 우크라이나 땅에 미국과 서유럽을 겨냥한 핵무기를 배치해뒀었다. 당시 우크라이나에 있었던 핵무기는 핵탄두 1240개, 전략 폭격기 44대,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176기, 핵 탑재 순항미사일 700기 이상, 전술 핵무기 2000기에 달했다.

우크라이나는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받는 대가로 핵탄두를 모두 러시아에 반환하고 미국의 기술 지원을 통해 미사일을 해체했다. 이를 이끌어낸 조약이 1994년 체결된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다.

[노보냐티브카=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노보냐티브카에서 우크라이나가 친 러시아 반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포격으로 한 주민이 파손된 자신의 집 앞에서 울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상황 악화를 구실로 20일 종료 예정이던 벨라루스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연장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22.02.21.

[노보냐티브카=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노보냐티브카에서 우크라이나가 친 러시아 반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포격으로 한 주민이 파손된 자신의 집 앞에서 울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상황 악화를 구실로 20일 종료 예정이던 벨라루스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연장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22.02.21.

조약 주요 내용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고 핵 확산 금지 조약에 가입하며 국제 사회는 우크라이나의 현 국경에 대한 주권을 확인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에 공동 대처한다는 것이었다. 1994년 12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체결된 이 조약에 서명한 나라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러시아, 미국, 영국이었다.

부다페스트 각서 체결 후 우크라이나는 핵탄두와 ICBM을 전량 러시아로 반출해 폐기했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5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

그런데 러시아가 약속을 어겼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영토 보전과 주권 보장, 경제적 지원 등을 국제적으로 공인 받았지만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영국은 연합군을 파병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문제 삼으며 침공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을 향해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군사적 지원도 하지 말라며 이를 문서로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키예프=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한 공원에 모인 민간인들이 무기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상황 악화를 구실로 20일 종료 예정이던 벨라루스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연장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22.02.21.

[키예프=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한 공원에 모인 민간인들이 무기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상황 악화를 구실로 20일 종료 예정이던 벨라루스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연장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22.02.21.

전문가들은 핵을 포기한 뒤 고초를 겪는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북한이 오판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북한 역시 비핵화 협상에 응해 핵무기를 포기했다가 우크라이나처럼 체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달 5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유라시아의 위기: 원인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그는 "옛 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의 핵 폐기와 안보 및 주권 보장을 맞교환한 1994년의 부다페스트 각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인해 휴지조각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북한은 핵을 포기한 뒤 결국 무너지고 만 리비아 카다피 정권과 이라크 후세인 정권의 몰락을 봤다"며 "북한은 이제 우크라이나의 고초를 보면서 절대 핵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굳혀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또 "북한은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될 경우 이를 지켜보면서 대남전략과 대미전략을 숙고할 것"이라며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고 한국의 대비태세와 한미동맹을 흔들고자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16일 오전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5일 김정일 탄생 80돌 경축 중앙보고대회가 량강도 삼지연시 김정일 동상 앞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2022.0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6일 오전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5일 김정일 탄생 80돌 경축 중앙보고대회가 량강도 삼지연시 김정일 동상 앞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2022.02.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나아가 북한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군사 도발을 더 자주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층 높은 강도로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9일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평가 및 함의' 보고서에서 지난달 북한의 미사일 7회 발사에 대해 "북한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금 북한으로 돌리고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해 고조된 내부 불만을 완화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방편으로 신형 탄도미사일의 연속적인 시험 발사(국방과학기술 개발 성과)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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