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사회의에 의문의 검은색 가방 포착…통일부 "핵가방 판단 어려워"(종합)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 총참모장 검은색 가방 들어
전문가 "김정은 항시 수행 직책 아니기에 핵가방 아닐 수도"
[서울=뉴시스] 박수일 인민군 총참모장이 12일 검은색 서류가방을 들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8기 5차 확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3.03.14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주재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 의문의 검은색 가방이 등장하며 '핵가방'이 아니냐는 주장이 14일 제기됐다. 통일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2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당중앙군사위 제8기 5차 확대회의 관련 영상에 박수일 인민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이 오른손에 검은색 가방을 들고 회의장에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상에서 다른 간부들은 서류철만 들었는데 박 총참모장 혼자 사각형 검은색 가방을 들었다.
통상 북한 간부들은 김 위원장 주재 회의에 참여할 때는 서류철을 들고 들어가기 때문에 가방의 존재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다.
이날 회의 내용도 주목할만하다. 북한은 김정은 주재 하에 열린 이번 당 중앙군사위 회의에서 한미 연합연습 '프리덤 실드'(FS)을 앞두고 "전쟁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이 토의결정됐다"고 밝혔다.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무력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핵가방'을 공개해 위협 수위를 높인 것이란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판단을 유보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류가방 사진만 있어서 판단이 어렵다"며 "현재로선 확인해 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도 해당 가방이 확인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조선중앙TV 영상도 많고 회의가 많이 열려 이런 가방이 있었다는 자체를 분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라 본다"고 답했다.
전문가들도 해당 가방이 '핵가방'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핵가방은 국가원수가 핵무기의 사용을 지시하는 통신장치로 미국, 러시아 등 핵무기 보유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다. 국가원수가 집무실 겸 관저를 벗어날 때 군사 보좌관들이 정상 곁에서 이 핵가방을 들고 따라다니는데 미국 핵가방의 무게는 20㎏에 달한다.
북한의 경우 내부 회의였고 총참모장은 군사작전을 지휘총괄하는 지위지만 핵 전략과는 큰 관계가 없어 일반적인 사례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또 미국의 핵가방과 달리 얇고 가벼운 가방으로 확인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총참모장이 든 가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며 "총참모장이 국내외에서 핵 버튼의 최종결정자 김정은 위원장을 항상 수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핵가방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핵가방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가방을 보여줌으로써 즉각적인 발사 지휘체계가 돼 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과시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북한이 핵가방이 있더라도 실제 이용성 측면에서 미국과 같은 코드화된 핵지휘 통제체계를 갖췄을지는 미지수"라며 "초보적이거나 조악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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