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發 전세난 수도권 '확산'…'도미노 전세난' 현실화?
8월 경기 전세수급지수 185.9…전세 매물 부족 '심각'
강남→강북→수도권 확산…전세난 당분간 계속될 듯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 지역의 부동산업체 게시판이 비어 있는 모습. 2020.09.05. mspark@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9/05/NISI20200905_0016646909_web.jpg?rnd=20200905123515)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 지역의 부동산업체 게시판이 비어 있는 모습. 2020.09.05.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전세 매물이 워낙 귀해 부르는 게 값이예요."
지난 7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임대차시장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전세 매물 자체가 없다"며 이같이 대답했다.
이 대표는 "임대차 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 문의가 늘었지만,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전셋값도 몇 달 새 1억원 가량 뛰었다"고 전했다. 그가 건넨 거래 장부에는 전세 매물을 기다리는 고객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천과 평촌, 분당 등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의 전세 매물 부족과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또 전세 매물 부족과 전셋값 상승은 경기 서·남부권에 이어 중·북부권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 수요자들이 수도권지역으로 유입되고,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자까지 늘어나면서 수도권 지역의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전셋값 강세를 보인 1기 신도시뿐 아니라 2기 신도시와 신규 택지지구 등 외곽지역에서도 전셋값이 상승하고, 전세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전세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전세난은 가을 이사철과 맞물리며 전세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임대차 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 이후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8월 다섯째 주(31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의 주간 아파트 전셋값이 전주와 같이 0.16% 상승했다. 인천은 0.13% 올라 전주(0.06%) 대비 2배가 넘는 상승폭을 나타냈다. 또 경기(0.21%)는 전주(0.22%)와 비슷한 상승률을 나타냈다.
인천 연수구(0.38%)는 교육환경 양호한 송도국제도시 위주로 강세를 보였다. 또 미추홀구(0.21%)는 용현·주안동 신축 대단지 위주로, 서구(0.15%)는 주거환경 양호한 청라국제도시 위주로 상승폭이 커졌다.
경기지역은 전반적인 매물 부족 현상이 계속되면서 수원 권선구(0.61%)는 호매실지구 신축 위주로, 수원 영통구(0.32%)는 영통동 구축 등 상대적 가격대 낮은 단지 위주로 전셋값이 상승했다. 또 3기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인 하남시(0.34%)는 미사·위례신도시 신축 위주로 상승했다. 올해 들어 하남시의 전셋값이 13.3%나 상승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전세시장의 경우 지난 7월31일 임대차 보호법 시행과 저금리 기조, 재건축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전세 매물 부족 현상 지속되면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지역의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지역 전세수급지수는 185.9를 기록했다. 또 주간 전세수급지수는 ▲3일 184.2 ▲10일 186.2 ▲17일 189.3 ▲24일 191.7 ▲31일 193.2 등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100을 넘길수록 공급 부족이 심각한 것을 의미한다. 또 경기지역의 거래절벽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지역 아파트 전월·세 거래가 815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1만7065건)보다 52.2% 감소한 수치다.
주택시장에선 비수기인 여름철부터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서울에 살던 세입자들이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늘면서 수도권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전셋값이 연일 상승하자 상대적으로 수도권 외곽지역의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수도권지역의 전세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신규 입주 물량 감소로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 여파로 전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 보호법과 0%대 초저금리 장기화,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영향 등으로 전세 매물은 갈수록 더욱 줄어들고 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에 총 13만2000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8·4대책 발표 이후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주택임대차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급불균형에 따른 수도권의 전세난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서울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서울을 포기하고 수도권으로 향하는 전세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부터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울에 머물던 전세 수요가 수도권으로 옮겨가면서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체에 걸쳐 전세 매물이 부족하고,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가을 이사철 전세 수요가 급증하고, 3기 신도시 청약에 나서는 청약 수요가 실거주 요건을 갖추기 위해 수도권으로 유입되면서 수도권 내 인기지역의 전세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이 실제 이행될 때까지 최소 3~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수도권 전세난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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