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빅4 회계법인, 빌딩 사지 않는 이유는
빅4, 연간 임차비 100억 달해
건물 가격 평가·배분 등 '복잡'
배당 받는 파트너마다 셈법차
1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은 모두 주사무소를 직접 매입하지 않고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연간 임차 비용 100억대…"외부파견 인력 대다수"
빅4 회계법인은 연간 약 100억원을 임차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을 위해 기업에 파견 나간 인력 등으로 주사무소에 머무르는 인원이 적은 편으로, 건물을 매입할 이유가 적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건물에 입주한 삼일회계법인은 2018년 4월1일부터 2028년 3월31일까지 10년간 1076억원의 임차료를 지급한다. 삼일은 연간 약 108억원을 내게 된다.
삼정회계법인은 서울 강남구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주사무소를 두고 있다. 삼정은 건물 임차, 차량 리스 등 운용리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금액은 올해 4월을 기준으로 1년 이내에 229억원, 1~5년 이내에 388억원으로 총 617억원에 해당한다. 이를 5년으로 나누면 연간 약 123억원을 리스비용으로 지출할 예정이다.
안진회계법인은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원(One) IFC 건물에 입주해 있다. 안진의 운용리스계약은 1년 이내에 124억원, 1~5년 이내에 495억원으로, 5년 안에 총 619억원을 지출한다. 연간으로 따지면 124억원이다.
한영은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에 입주해 있다. 지난해 7월1일부터 내년 4월30일까지 1년10개월 동안의 최소임차료는 총 49억원으로 연환산 약 27억원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사무소에 머무르는 직원들이 많지 않아 일부 층을 빌려 쓰는 편이 편한 것"이라며 "빅4 모두 임차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년 배당 받는 파트너들, 순이익 영향 줄 건물 매입 'NO'
회계법인이 건물을 매입하지 않고 임차인을 고집하는 이유로는 오너가 없는 인적 중심 회사라는 점이 꼽힌다. 또 자산을 평가하는 회계법인이 매입한 건물을 평가할 때 가치 산정에 있어 위험 부담이 발생하는 한편, 파트너간 셈법 차이도 발생할 수 있게 된다.
회계법인은 사원(파트너급 이상)이 출자하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사원은 출자 비율에 따라 매년 당기순이익 중 일부를 배당 받는다.
만일 사무소 건물을 빌리지 않고 사들이게 되면 매해 건물 가격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그 평가에 따라 배당금이 달라지게 된다.
오랜 기간 회사에 남아 있을 젊은 파트너는 건물을 사들이더라도 큰 영향이 없을 수 있으나 퇴직을 앞둔 파트너는 당장 법인에서 지출이 발생해 배당이 줄어드니 건물 매입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1년 단위로 지출이 발생하는 임차를 통해 회계 처리를 하는 방안이 파트너간 셈법 차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또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파트너별로 고려하고 있는 퇴사일이 모두 다른데 한해에 건물 매입을 하게 되면 단기적으로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면서 "또 자산 평가 등을 매년 해줘야 하고 건물 가치에 따른 수익은 어떻게 배분하는지 등에 관한 문제가 있어 매입이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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