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③]"하락 시점 가까워져" vs "선거 이후 달라질 것"
부동산 전문가 4인 향후 서울 집값 전망
2주 연속 하락하는 서울…변곡점 가능성
"7년 째 올라…어깨 넘어선 머리 부분에"
"선거 앞둔 관망세일 뿐…조정 길지 않아"
주택시장의 변곡점을 지나면서 당분간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다만 대선 이후 시장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6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1월 다섯째 주(1월3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1% 떨어져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서울 전체 25개 자치구 중 19개 구의 아파트값이 하락했고, 6개 구는 보합(0%)을 기록했다. 상승한 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그동안 대출 규제 등의 변수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던 강남3구도 이번 주 보합으로 전환됐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발호재로 그동안 고공행진을 하던 수도권도 0.02% 떨어져 2019년 7월 넷째 주 이후 2년6개월(132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인천과 경기의 아파트값도 각각 0.04%, 0.03% 떨어졌다.
글로벌 통화 긴축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와 정치 이벤트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 서울과 수도권 집값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매수세를 가늠할 수 있는 매매수급지수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7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7월22일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자 최근 12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돈 것이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 100에서 0에 가까워질수록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것을 뜻이다.
시장에서는 신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아파트가 늘어나며 조정 분위기가 뚜렷해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 5채 중 4채가 이전 신고가 대비 하락한 거래였다.
이처럼 주택 시장에 이상 기류가 흐르면서 올해 집값이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부동산시장 전문가 812명을 대상으로 올해 집값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1.3%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부동산 경기 사이클 상으로 보면 7년 째 오르고 있는데 현재 상황을 사람 신체에 비유하자면 어깨를 넘어선 머리 부분"이라며 "추가 상승하기 보다는 하향 안정 국면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정도가 고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하락 쪽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가까워져 오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며 "다만 거래량이 전혀 수반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세 하락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금리까지 오른 데다 장기상승에 따른 피로감에 집값이 크게 오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임대차법 시행 2년째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가 집을 사는 탈전세 내 집 마련 수요가 생길 수 있고, 대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급락할 상황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금의 집값 조정은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 방향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선이라는 변수가 있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조정기가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 이후 정비 사업 규제나 개발 이슈들이 풀릴 수 있기 때문에 선거 이전과 이후 시장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종완 "어깨 넘어선 머리 부분"
서울과 수도권 하락 지역이 전체 지역의 과반을 넘어야 완전한 하락 국면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지금은 하락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비중이 큰 강남권이 내려야 한다. 지금 서울 외곽은 내리고 있지만 강남권은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하락했다고 진단하기 어렵다. 강남이 내려야 근본적 흐름이 변화했다고 볼 수 있어서 강남권 변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또 임대 시장을 1차 시장으로 보고, 매매 시장을 2차 시장으로 보는데 1차 시장의 변화를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우병탁 "하락 전환 시점 가까워져"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아직은 완전한 하락세로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 대선이라는 똑같은 상황을 두고 매수자와 매도자가 반대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공급에 대한 시그널을 주고 있기 때문에 매수자는 완전히 하락 반전할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있고, 매도자는 규제 완화로 인해 대선 이후에 가격이 추가 반전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무게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는 뚜껑을 열여 봐야 할 것 같다."
박원갑 "집값 크게 오르기 힘들어"
"통계적으로 급락세를 보이기는 어렵고 약보합세와 강보합세가 불규칙적으로 반복하는 울퉁불퉁한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출 규제가 더 심해지고 금리까지 오른 데다 주택가격 장기상승에 따른 피로감에 집값이 크게 오르기는 힘들다. 하지만 급락할 상황도 아니라고 본다. 임대차법 시행 2년째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가 집을 사는 '탈전세 내 집 마련 수요'가 생길 수 있고, 대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걷히는데다 미분양도 시장을 짓누를 만큼 많은 정도는 아니다. 약세로 접어들더라도 약보합 정도로 예상한다.
선거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 유력 후보 공약을 보면 농도 차이만 있을 뿐 상당 부분 대척점에 서 있지 않고 비슷한 측면이 많다. 공급의 경우 민간 위주로 할 것인지, 공공 위주로 할 것인지의 차이일 뿐 공급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은 두 후보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세금 규제는 전면 규제 완화냐, 아니면 부분 규제 완화냐의 차이만 있다."
권일 "선거 이후 시장 달라질 것"
하지만 지금의 조정기가 길게 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 돼서 다뤄지고 있는데, 금리인상 못지않게 중요한 게 선거 이슈인데 정비 사업이나 개발 이슈가 풀릴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매도자 입장에서는 버틸 수 있는 동력이 생긴 것이다. 선거 이전과 이후에 시장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1분기 까지는 지금의 시장 상황이 이어질 수 있지만 2분기 이후부터는 확연하게 드러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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