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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년 명동 흥망성쇠…50년 가게도 쓰러져[엔데믹, 명동에도 봄②]

등록 2022.04.29 06:15:00수정 2022.04.29 08: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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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넘은 '금강보글보글섞어찌개' 문 닫아

외국인 줄 서서 먹던 '신선설농탕'도 사라져

데이즈·더 그랜드 등 대형 호텔도 영업 중단

문 닫았던 ALAND는 메인거리서 개점 준비

명동 공실률 42.1%, 여전히 절반 가량 비어

"노점상들 하나둘 늘어나며 점점 활기 찾아"

"임대·매매 고민 많은 시기…관광객 늘어야"

[서울=뉴시스] 영업을 중단한 ‘금강보글보글섞어찌개’ 가게 모습.

[서울=뉴시스] 영업을 중단한 ‘금강보글보글섞어찌개’ 가게 모습.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코로나 때문에 명동 상권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30년, 50년 된 가게들도 문을 닫았어요. 보다시피 여기저기 '임대문의'가 붙어있는데 1년 넘게 먼지만 쌓이고 공실인 상태네요."

코로나가 휩쓸고 지나간 명동 거리는 그야말로 초토화 상태다. 좁은 골목 상권뿐 명동역 6번 출구에서 명동예술극장까지 이어지는 메인 거리에도 여전히 '임대문의' 안내문이 넘쳐난다.

일본어, 중국어로 호객행위를 하며 관광객 발길을 붙잡던 로드숍 화장품 가게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건물 전체를 통째로 임대하는 상가들도 적지 않다. 특히 반세기 넘는 세월을 지켜온 음식점들도 코로나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지난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로 선정된 '금강보글보글섞어찌개'는 코로나로 인한 경영 악화로 작년 초 문을 닫았다. 6·25 직후인 1950년대부터 3대째를 이어온 냄비 찌개 맛집으로 을지로입구역 인근 직장인들에게 사랑 받던 가게다. 

지난 28일 찾은 가게는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있고, '백년노포(百年老鋪)'라고 쓰인 유리문은 쇠사슬로 걸어 잠겨져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35년 전통의 설렁탕집 '풍년옥'도 문이 닫힌 채 내부에는 집기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가게 앞 골목은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가게 옆에서 양말 노점상을 하는 A 할머니는 "엄청 오래된 가게인데 코로나로 장사가 안되니까 문을 닫았다"며 "닫은지는 상당히 오래됐는데 처음엔 다시 할 수도 있다고 하더니 최근에는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는 걸로 봐서는 아마 장사를 안 할 모양인 거 같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영업을 하지 않는 '풍년옥' 가게 모습. 

[서울=뉴시스] 영업을 하지 않는 '풍년옥' 가게 모습.  

외국인 관광객들로 긴 줄이 끊이지 않았던 명동성당 인근 '신선설농탕'도 코로나로 외국인 관광객이 뚝 끊기자 이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대형 호텔들도 마찬가지다. 명동역 5번 출구 인근에 있는 '데이즈 호텔'과 9번 출구 인근에 있는 '더 그랜드 호텔' 등 중간급 규모의 호텔들은 여전히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반면 명동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한우곰탕집 '하동관'과 칼국수집 '명동교자', 김밥집 '충무김밥' 등은 여전히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평일 낮 시간대 임에도 하동관은 손님들로 넘쳐났다. 코로나 이전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손님들이 찾는다는 게 가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명동 상권이 무너졌지만 유명세를 탄 맛집들은 계속 장사가 잘 됐다"며 "다른 가게들이 많이 사라진데다 방송에 여러 번 소개되면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영업을 중단한 '더 그랜드 호텔' 모습. 

[서울=뉴시스] 영업을 중단한 '더 그랜드 호텔' 모습.  

이처럼 명동 거리의 '흥망성쇠'가 갈린 가운데 최근 코로나 방역 조치가 완화되고 외국인 관광객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상권도 서서히 살아나는 모양새다.

일부 패션 브랜드는 명동 메인 거리에서 개점을 준비하는 등 코로나 이후 시대를 대비하고 나섰고, 지난 9일에는 애플스토어 명동점이 국내 애플스토어 중 가장 큰 규모로 문을 열었다. 

패션 뷰피 편집숍 에이랜드(ALAND)의 경우 폐점해 한동안 운영을 하지 않다가 최근 메인 중앙거리로 자리를 옮겨 다음달 중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 전에 아디다스가 있던 자리다.

최근 명동 메인거리에 노점상도 하나둘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한창 많을 때 300개를 넘었던 노점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었는데 지난 2월부터 조금씩 늘어나 지금은 30~40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게 인근 상인들의 설명이다.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만난 관광통역안내사(영어 담당) C씨는 "한 달 전만 해도 노점이 거의 없었는데 점점 많아지면서 활기를 띄어가는 것 같다"며 "외국인들 통역 안내도 한 달 전에 4~5팀 정도여서 영어 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주말에는 30팀 정도까지 늘어났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명동 메인거리로 옮겨 개장을 준비하는 패션 뷰피 편집숍 '에이랜드(ALAND)'의 모습.

[서울=뉴시스] 명동 메인거리로 옮겨 개장을 준비하는 패션 뷰피 편집숍 '에이랜드(ALAND)'의 모습.

실제로 거리에선 쇼핑을 위해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한 식당 종업원은 "최근 한 달 동안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권이 다시 완전히 되살아나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명동 상가의 절반 가까운 비율이 비어있는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동 상가 공실률은 42.1%(소규모 기준)다. 서울 평균 공실률 6.2% 보다 훨씬 높다. 

건물 실거래 정보 플랫폼 '밸류맵'의 이창동 리서치팀장은 "과거 명동이 잘 나갈 때는 메인 상권에 있는 건물 매물은 아예 없었는데 지금 매물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며 "최근 명동 상권이 조금 살아나면서 임차가 조금 들어갈 수 있겠지만 매매까지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임대든 매매든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고민을 많이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시기가 돼야 명동 상권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조금 늘었다고 해서 매출이 금방 급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광객이 많이 들어온다는 뉴스가 나올 때쯤 돼야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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