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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라떼 오명' 광주 풍암호 수질개선안 갑론을박 왜?

등록 2022.11.23 06:00:00수정 2022.11.23 07: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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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민간공원 사업 '중심'…2019년부터 수질 개선 논의

민관 TF '부분 매립으로 수량 줄이고 맑은 물 보충' 제안

주민·환경 단체 "수해 위험↑·환경 영향 두루 고려" 반발

주민협의체 앞서 TF 안 추진 수순…"이럴 거면 왜 하나"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20일 오전 광주 도심 대표 공원인 서구 풍암호수공원에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22.06.20.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20일 오전 광주 도심 대표 공원인 서구 풍암호수공원에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22.06.20.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김혜인 기자 = 광주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풍암호 수질 개선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광주시와 사업자 측은 호수 바닥을 메워 저수량을 줄이고 주변 맑은 물을 끌어오는 안을 제시했지만, 시민·환경단체는 '원형 보존' 또는 신중론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거센 반발 여론에 광주시가 주민협의체 구성·운영을 약속했지만, 사업자 측 개선안 추진을 전제로 관련 시설 공사가 시작돼 '껍데기뿐인 공론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뉴시스] 광주 중앙근린공원 1지구 조감도. (조감도 = 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광주 중앙근린공원 1지구 조감도. (조감도 = 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민간공원 추진에 수질개선 논의 '급물살' 

23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풍암호는 당초 1956년 서창 일대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한 농업용수 저수지로 지어졌다. 그러나 주변 대규모 주거·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도심 속 대표 친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도심 내 각종 오염원 영향으로 해마다 녹조·악취를 호소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수질은 계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4~6등급 수준이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수질 개선 논의는 호수를 품은 중앙공원이 민간공원 특례사업지로 선정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광주시를 대신해 공원을 조성해주고 일부 용지를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광주시와 빛고을중앙공원개발㈜(민간공원 사업자)는 서구 금호·풍암·화정동 일대 중앙공원 1지구 사업 부지에 공원시설 224만 59㎡·비공원시설 19만5457㎡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사업지의 8%에 해당하는 비공원 부지엔 총 2779가구·27층 규모의 아파트가, 공원 부지엔 풍암호를 비롯한 8개 테마별 친수 공간이 들어선다. 공원 부지는 사업자가 시에 기부채납, 시민에게 환원한다.

이에 따라 시와 민간공원 사업자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풍암호 수질 개선·정비 계획 수립에 나섰다.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 풍암호수 전경. (사진=광주 서구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 풍암호수 전경. (사진=광주 서구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저수량 줄이고 맑은 물 투입' 개선안 제안 

시는 우선 수질 환경 전문가 4명·공무원 4명·민간사업자 2명·농어촌공사 1명이 참여하는 풍암호 수질개선 전담팀(TF)을 꾸렸다.

처음에는 '기계식 수질정화시설 공법'을 전제로 개선·정비 사업 공모를 진행했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 이후 높은 유지 비용(매년 10억 원)을 이유로 해당 방안이 배제됐다.

TF는 사업자 제안을 토대로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공식 회의(5회)와 실무자 회의(14회) 등을 거쳐 '자연정화식' 수질 개선안을 내놨다.

호수 바닥을 부분적으로 메꿔 저수량·수위를 줄이고 주변에서 끌어온 맑은 물을 보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농업용 저수지 용도는 배제하고 도심형 경관용 호수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농업용수 공급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서창천·영산강 물을 끌어올 대체 양수 시설을 짓고 그 비용도 사업자가 부담하는 안이 포함돼있다.

TF 개선안대로라면 호수 평균 수심은 현재 4.2m에서 1.5m로 낮아진다. 저수량 역시 44만 7000t에서 16만 5000t으로 줄고 매일 지하수 관정 등지에서 끌어온 맑은 물 1000t이 유입된다.

▲호수 주변 산책로 폭 4m 확장 ▲빗물 배수시설 정비 ▲'오염 발생원' 숲 지대 장미원 이전 등도 개선안에 담겼다. 이대로 추진한다면 수질을 3급수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광주 서구의회 의원들이 14일 오후 광주 서구 풍암동 풍암호수 앞에서 '원형보존 전제로 한 수질개선 방안책'을 촉구하고 있다. 2022.11.14.(사진=서구의회 제공)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광주 서구의회 의원들이 14일 오후 광주 서구 풍암동 풍암호수 앞에서 '원형보존 전제로 한 수질개선 방안책'을 촉구하고 있다. 2022.11.14.(사진=서구의회 제공) [email protected]



◇ 시민·환경단체 "수해 위험·환경 영향 숙고해야" 반발

해마다 되풀이되는 녹조·악취 문제를 근본 해소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방법론에서는 크게 의견이 갈렸다.

시와 사업자 측은 '호수 부분 매립, 도심 친수공간 조성'을 골자로 하는 TF 개선안을 고수, 주민 설득에 나섰다.

반면 지역사회와 환경 단체 등은 반발하고 있다. 저수량이 줄면 집중호우 시 도심 수해 우려가 높고,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 공론화 과정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진용경 풍암동 주민자치회장은 "풍암·금호·화정·주월동 주민들까지 애용하던 공원이기도 하다. 주민들의 추억을 간직한 곳이니 원형 보존해야 한다. 약품 분사, 미생물 배양 등 다른 수질 개선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구의회도 성명을 통해 "TF 안에 따른 수질 개선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 집중호우 시 범람 등 수해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사업자에 촉구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수질 개선책은 서창천·영산강 하류 등 유역 전체를 고려한 수자원 관리, 식생대 복원 등에 기반해야 한다. 저수량·깊이·오염원 침투량 실측도 없이 부분 매립안을 냈다"며 신중한 검토를 강조했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광주 서구 풍암호수공원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2022.06.20.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광주 서구 풍암호수공원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2022.06.20. [email protected]



◇ 하나마나한 공론화?…농업용수 공급 폐지 수순

TF 안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광주시는 조만간 주민 35명으로 이뤄진 협의체를 구성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그러나 TF 안 추진이 기정사실화된 듯, 풍암호 소유자인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 공급 대체 시설(양수시설) 확보에 나섰다.

농어촌공사는 풍암호를 대신해 벽진·마륵동 일대 논 38.1㏊에 물을 댈 양수장·송수로를 확충하는 공사를 발주, 지난달부터 터 닦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내년 6월 양수시설 완공 직후 농어촌공사는 농업기반시설 기능을 폐한 풍암호를 민간공원 사업자에 매각한다. 사업자가 풍암호를 사들여야 수질 개선·정비, 비공원 부지 개발 등 후속 사업이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진 회장은 "주민 공청회를 열어 오해를 해소하겠다면서 사전 절차는 이미 하고 있는 셈이다. 협의체가 사업 추진을 위한 일방적 설득 목적으로만 이용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김옥수 서구의원은 "양수 시설 확충, 풍암호 매각, 부분 매립식 수질 개선은 민간공원 특례사업 추진의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며 "이미 내려놓은 답대로 추진하면서 주민협의체를 꾸린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양수시설 공사는 풍암호의 저수지 기능 폐지와 관련이 있다. 다만 TF안대로 부분 매립이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적 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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