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의 한 풀 여순 특별법 통과, 이제는 '화해와 상생'
여순사건의 명확한 진상조사와 희생자 명예회복 길 열려
직계 유가족 대다수 고령층…발 빠른 후속조치 시급 하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전남 여수시 신월동에 주둔하고 있던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4·3사건 진압명령을 반대하며 촉발됐다. 당시 희생자만 1만여 명이 넘는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이다.(사진=여수시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주철현, 김회재, 서동용, 김승남 의원이 주축이 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여순사건 특별법)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고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 73년을 고통 속에 살아온 희생자 유가족과 '반란'이라는 오욕을 뒤집어쓴 채 평생을 살아온 여수와 순천 시민의 한도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 현대사의 비극 '여순사건'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전남 여수시 신월동에 주둔하고 있던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4·3사건 진압 명령을 반대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희생자만 1만여 명이 넘는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이다.
국가기록원에 남아있는 1949년 11월 11일 호남신문 기사에는 1949년 전라남도에서 총 3차례에 걸쳐 피해 조사를 했으며, 마지막 조사 시점인 1949년 10월 25일에는 무려 1만 1131명이 사망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순사건의 직·간접적 원인이 된 제주 4·3사건은 지난 2000년에 특별법이 제정됐다. 2014년부터는 국가 추념일로 지정돼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6·25 전쟁 전후 발생한 거창사건, 노근리 사건 또한 특별법을 통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진행되고 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전남 여수시 신월동에 주둔하고 있던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4·3사건 진압명령을 반대하며 촉발됐다. 당시 희생자만 1만여 명이 넘는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이다.(사진=여수시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총선에 출마한 정치인들 대다수가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것이다.
◇ 사건 발발지 '여수시' 각고의 노력
사건의 발발지이자 반란의 도시라는 오명을 쓴 여수시는 민선자치시대에 접어들면서 제대로 된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조사, 명예회복 등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수년간 특별법을 제정을 위해 정치권을 향해 구애를 펼쳤으며, 유족 및 단체들과도 특별법 제정을 위한 각종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다가 지난 2018년 4월 '여수·순천 10·19사건 지역민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여순사건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2019년 7월에는 최초로 민간인과 군·경 유가족이 모두 참여하는 여순사건 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여순사건이 안고 있었던 지역의 갈등과 문제 해결을 고민했다.
지난 4월 28일 오후 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권오봉 여수시장과 여순사건 여수·서울 유족회, 여수시의회 특위 등이 총출동해 5월 국회 임시회에서 반드시 여순사건 특별법을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여수시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로 총을 겨눴던 아픔을 극복하고 화해와 상생이라는 진정한 의미의 추념식은 감동의 물결이 됐으며,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도 청신호로 나타났다.
특별법 제정에 대한 전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여순사건을 상징하는 '동백' 제목의 영화 제작에도 함께 참여해 여순사건이 발발한 10월 19일에 맞춰 영화를 개봉할 계획이다.
지난 4월 여수시는 여순사건 발발 73년을 기리기 위한 73시간의 행보에 나서면서 화제를 모았다.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촉구 활동과 결의대회, 동백 영화 시사회를 차례로 개최했다.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와 시 관계자는 국회를 찾아가 법안이 계류 중이었던 행정안전위원회 서영교 위원장을 만났다. 또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의원실을 찾아다니면서 법안 심사를 읍소했다.
권오봉 여수시장과 여수시의회 여순사건 특별위원회(민덕희 위원장, 강현태 의원), 여순사건 여수·서울 유족회가 총출동해 가진 국회 정문 앞 결의대회는 얼마나 여순사건특별법을 갈망했는지에 대한 의지를 한눈에 보여줬다. 이어 국회 인근 CGV 영화관에서 영화 '동백' 시사회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여수=뉴시스】김석훈 기자 = '여순사건 70주기 합동추념식'이 19일 오전 전남 여수시 중앙동 이순신광장에서 거행된 가운데 희생자 유족들이 분향하고 있다. 여순사건 70주년 기념 추모사업 시민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된 합동추념식은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과 김영록 전남도지사, 권오봉 여수시장, 주승용 국회부의장, 이용주 국회의원, 4대종단, 시민사회·안보보훈단체 회원,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여했다. 2018.10.19. (사진=여수시청 제공) [email protected]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전남 동부지역 국회의원들은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특별법을 치켜들었다. 더 이상 지체할 필요도, 시간이 없었다.
전남 동부권 주철현, 김회재, 소병철, 서동용, 김승남 등 다섯 명의 국회의원이 주축이 되어 특별법 단일안을 제시했고, 지난해 7월 28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52명이 공동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이후 숱한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기까지는 국회의원들의 노력과 의지가 한몫했다.
21대 국회의 변화된 입장도 청신호를 가져왔다. 20대 국회에서는 특별법이 국방위원회에 회부돼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으나 21대 국회에서는 행정안전위원회로 상임위가 변경됐다.
여기에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변화된 입장도 힘을 보탰다. 20대 국회까지만 해도 과거사정리 기본법으로 통합 입법을 주장해왔으나, 최근 입법을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의견을 제출하며 특별법 제정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소병철 국회의원, (사진=소병철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유가족 대다수 고령층…발 빠른 후속 조치 시급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지만, 사건 발발 73년이 흘러 관련자 대부분이 생을 마감하거나 고령층이기 때문에 발 빠른 후속 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유가족 대부분이 고령인 점 탓에 여수시와 순천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으며 정부도 법안과 관련해 시급하게 후속 처리에 나서 줄 것을 원하고 있다.
또 유족회 및 단체들도 더 이상의 많은 시간이 지체되지 않도록 빠른 조사와 지원 결정 등을 요구했다.
여수시는 특별법에 근거한 유가족들의 실질적 생계비 지원과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대국민 사과 등 유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건의 사항을 사전 확정하고, 정부와 적극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3월부터 ‘(가칭) 여수시 여순사건 기념공원’ 조성 방향 구상 연구용역에 착수, 기념공원 명칭과 대상 후보지를 검토하고 공원 조성에 대한 전문가 및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또 환영 문화행사 개최와 위령비 참배, 전 시민 환영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