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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 게 없다"…매매를 전·월세로 돌려 버티는 집주인

등록 2022.10.25 06:30:00수정 2022.10.25 06: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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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호가 이하로 안 팔아"…집주인, 임대 전환 후 버티기 돌입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5만7029건…한달 전 대비 -6.4% '감소'

부동산 거래 위축…매매서 전월세로 전환 움직임 당분간 계속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단지 모습. 2022.09.07.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단지 모습. 2022.09.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자금 여력이 있는 집주인들이 매도용으로 내놓았던 매물을 전·월세로 전환하고 있어요."

지난 24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푸르지오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을 팔 집주인은 이미 다 팔았고, 남은 집주인은 시장을 관망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내놓았던 매매 매물을 임대로 전환한 집주인은 일정 호가 이하로 팔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임대료를 받으면서 당분간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겠다는 생각하는 집주인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실물 경기 침체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매도용으로 내놓았던 매물을 전·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부담 증가 등 꼭 팔아야 할 이유가 있는 집주인을 제외하고, 급할 게 없는 집주인들이 시장을 관망하게 버티게 나선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끝난 새로운 전월세 물건에, 팔리지 않는 매물이 전월세로 전환되면서 주택 임대차 물량이 쌓이고 있다.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 부담 증가로 주택 수요자들의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전월세 매물이 늘어나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집값이 연일 하락하는 데다, 주택 임대차 물건이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깡통전세'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에선 매매 매물은 사라지고, 전·월세 물건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5만7029건으로, 한 달 전(6만906건) 대비 -6.4% 감소했다. 반면, 전세와 월세 모두 증가했다. 전세는 4만5706건으로, 전달(3만8966건)에 비해 17.2%, 월세는 2만6893건으로, 전달(2만3245건)에 비해 15.6%% 늘었다. 잇단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 증가와 거래절벽 등의 영향으로 매매를 전월세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7% 하락했다. 이는 지난주(-0.22%)보다 하락폭이 더 확대된 것으로 지난 2012년 6월11일(-0.36%) 이후 10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7% 하락했다. 이는 지난주(-0.22%)보다 하락폭이 더 확대된 것으로 지난 2012년 6월11일(-0.36%) 이후 10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24주 연속 하락했다. 가능한 모든 대출을 끌어모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거래가 많았던 서울 동북권은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에 비해 0.9p(포인트) 하락한 76.0을 기록했다. 지난 5월 첫째 주(2일 기준) 91.1을 기록한 이후 24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2019년 6월 둘째 주(10일 기준) 76.0을 기록한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200에 가까울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별로 서울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이 68.7로 지난주 대비 2.0p 하락하며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2019년 7월 첫째 주(1일 기준) 63.5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서울 동북권(노원·도봉·강북)은 지난주 대비 0.6p 하락한 69.8을 기록하며 수급지수 조사가 시작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도심권(용산·중·종로) 73.7, 서남권(영등포·강서·양천·동작) 83.2,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 80.5 등 지역별로 모두 각각 1.0p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자금 부담이 없는 집주인이 호가를 내리지 않고, 매매를 임대로 돌리려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집값 하락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집주인을 제외하고 매매 대신 보증금이나 월세를 받으며 시장을 관망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면서 매매에서 전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주택 매수 대기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자, 호가를 무리하게 낮춰 집을 파는 대신 임대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집주인이 늘었다"며 "세입자 입장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으로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매물이 꾸준히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잇단 금리 인상 이후 꼭 팔아야 할 이유가 없는 집주인 입장에서 매매를 임대로 돌리고, 시장을 좀 더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전세 매물이 적체되고,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앞으로 역전세난이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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