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악마도 아니었다"…옥스퍼드大 교수가 쓴 '레닌'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역사학 교수 로버트 서비스가 쓴 '레닌'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1870~1924)의 전기를 담은 책이다.
이론가, 선전가, 당 조직가로서 레닌은 '무오류의 타고난 천재'로 그려졌다. 혁명가, 동지, 남편으로서 레닌의 인간성은 찬양됐고, 당 지도자, 정부 수장, 정치인으로서 레닌의 천재성은 환호받아야 했다.
서비스 교수는 1991년 소련 중앙당 문서고가 개방되던 날 비밀 문서들을 접한 뒤 이 기록들을 자료로 삼아 책을 썼다.
레닌주의 이데올로기는 10월 혁명의 기원과 결과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며, 그 시대에 일어난 사건들에 레닌이 끼친 영향은 결정적이었다.
서비스는 레닌이 당과 국가에서 권위주의를 최소화하려 했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볼셰비키당이 대단히 민주적이었다는 주장도 반박한다. 레닌이 죽기 직전에 독재, 계급 투쟁, 공포 정치와 절연하고 공산주의를 개혁하려 했다는 주장도 부정한다.
"레닌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마르크스주의자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우리는 레닌이 19세기 말 러시아 농업 사회주의 테러리스트들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 마르크스주의와 인민주의가 극과 극인 양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 두 사상은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레닌에게 영향을 준 사상 중에는 우리에게 덜 익숙한 다른 것들도 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 이래 레닌이 어릴 때 읽은 책들은 그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쳤다."(29쪽)
"블라디미르 울리야노프(레닌)는 어린 시절 버릇을 잃지 않았다. 연필은 여전히 (무섭도록) 날카롭게 깎여 있었고, 책상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블라디미르는 책상을 매일 치웠다. 또 그는 낭비를 몹시 싫어했다. 여백이 있는 편지를 받으면 빈 부분을 오려서 간수했다. 블라디미르는 돈을 쓰는 데 신중했고 (동생인) 드미트리에게 서적 판매상한테 속지 말라고 경고했다."(176~177쪽)
옮긴이 김남섭씨는 "레닌은 일부 극단적인 숭배자나 혐오자들이 주장하듯이 전지전능한 신도, 무자비한 악마도 아니었다"며 "그는 러시아 제국의 억압에 분노하여 낡은 체제를 무너뜨리려 했던, 그리고 그 과정에서 행동과 사고의 비일관성과 결점을 불가피하게 노출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와 같은 한 명의 인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비스의 이 역작이 레닌을 '인간화'함으로써 러시아 혁명을 좀 더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데 부디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848쪽, 교양인, 3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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