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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 무기개발 비밀주의…개발 부실 못 걸러내

등록 2021.10.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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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일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열악한 인권 상황을 은폐한다는 이유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무기 개발에 있어서만은 한국이 북한보다 더 조심스럽다. 정보공개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듣는 한국이지만 한국 군 당국은 무기 분야 정보를 공개하는 데 인색하다.

한국 군 당국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지난달 일련의 무기 개발 성과 발표 당시 재확인됐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첫 시험 발사와 함께 각종 무기 개발 성과를 한꺼번에 공개했다. 군은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에 장착할 수 있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항공기 분리 시험 성공, 탄두 중량을 획기적으로 증대한 고위력 탄도미사일, 초음속 순항미사일, 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우주발사체용 고체추진기관 연소시험 성공 등을 일제히 공개했다.

무기 사진과 영상이 일부 제공되기는 했지만 실제 사거리나 정점 고도 등 세부적인 시험 내용은 비공개 처리됐다. 세부사항 질문이 나와도 군 당국은 기밀이라며 추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사실 군 당국이 이번에 사진과 영상을 공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그간 군은 기밀이 누출될 수 있다면서 신무기의 각종 제원을 함구해왔다. 사진과 영상을 일부 공개한 것에 취재진이 감지덕지해야할 정도였다.

반면 북한은 무기 개발 과정을 상세히 공개한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홍보를 해야 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정보 공개는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북한은 지난달 11~12일 실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북한은 사거리와 비행시간은 물론 발동기지상 분출시험, 조종유도시험, 전투부위력시험 등 세부적인 시험 항목까지 드러냈다. 북한은 지난달 15일에는 철도기동미사일체계 개발 사실을 발표하면서 실제 발사 준비 장면과 발사 장면 등을 영상으로 전면 공개했다.

북한 국방과학연구소 격인 국방과학원의 수장이 한국 SLBM을 비판한 장면은 남북한 무기 개발 당국의 태도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었다.

장창하 북한 국방과학원장은 지난달 20일 '남조선의 서투른 수중발사탄도미사일'이라는 글로 한국 SLBM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창하는 "분명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 아니었다"며 발사 사실 자체가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군 당국이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현무를 쏴놓고 사진을 조작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장창하는 탄두 덮개 분리 방식, 발사 심도, 접이식 날개 부착 등 전문용어를 동원하며 한국의 SLBM이 가짜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장창하의 분석이 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이 많다고 인정했다.

이 같은 대조적인 모습에 뒷말이 많지만 한국 군 당국은 방침을 바꿀 의향이 없어 보인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 장창하의 주장 역시 북한의 전술일 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군 무기를 폄하함으로써 남남 갈등을 유도하는 한편 남남 갈등의 여파로 신무기의 문제점이 드러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군 일각에서는 이 같은 비밀주의가 주변국 입김으로부터 우리 무기체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무기의 세부사항이 공개되면 중국과 일본의 견제를 받는 것은 물론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도 좋은 얘기를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발전된 핵심 기술을 개발했음이 드러날 경우 미국이 한국의 개발을 저지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한국 무기 개발 사업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비밀주의에 대한 반성과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사례를 예로 든다. 무기 선진국인 미국은 무기를 개발할 때 미 의회예산국이 세부사항을 세세히 검토함에도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속출한다. 무기 개발 당국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국에서는 더 큰 문제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간 기업 위주로 무기 개발이 이뤄지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국방과학연구소가 무기 개발을 전담하는 점 역시 우려를 낳고 있다. 국방 연구개발 예산 등이 국방과학연구소에 편중되면서 경쟁과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군 당국이 연구 일선에서 활약하다 퇴직한 이들의 입을 막는 점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 전문가는 "국방과학연구소가 퇴직자들로부터 서약서를 받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그만두고 나가도 아무 얘기를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밀주의가 한국군의 설명대로 예상을 뛰어넘는 발전상을 주변국에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내부의 부실과 무대책을 가리기 위한 꼼수인지는 위기의 상황이 닥쳤을 때 비로소 알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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