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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멈춰선 '교황 방북'…文대통령 성사 이끌까

등록 2021.10.24 08:40:00수정 2021.10.24 08: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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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로마 G20 참석 계기 교황 면담…靑 "방북 논의 이뤄질 것"
3년 전 文방북 제안 수락한 교황…北 공식초청장 없어 무산
유흥식 대주교 교황청 장관 후 기대감↑… 文 "그날 곧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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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하고 있다. 2018.10.18.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계기로 교황 방북에 대한 공론화에 나서면서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3년 전 불었던 '한반도 훈풍' 속에서도 이루지 못했던 교황 방북이 극적으로 이뤄진다면, 굳게 잠긴 남북·북미 대화 국면을 새롭게 여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10월29일 문 대통령은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 및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 각각 면담을 가질 예정"이라며 "보편적 인류애를 실천해 온 세계 종교계 지도자와 한반도 평화 증진과 코로나, 기후변화, 빈곤·기아 등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한 지혜를 나누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표해 온 교황님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서 폭넓은 대화를 하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간 교황님이 북한 방문 의사를 수차례 말씀하신 바 있기 때문에 관련 논의도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교황 방북 논의를 공식화 했다.

오는 30일부터 이틀 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예정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이탈리아를 방문했다가 그에 앞서 교황을 예방하는 일정이다. 이번에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교황을 예방한다. 두 번째 예방인 문 대통령이 먼저 교황과 면담하고, 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이 첫 면담을 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2월17일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당시 부통령으로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물밑에서 논의하며 깊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황은 이듬해인 2015년 9월 쿠바와 미국을 순차 방문해 양국 화해를 축하했다. 당시 바이든 부통령은 오마바 대통령과 함께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직접 교황을 영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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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고 있다. 2018.10.18. photo1006@newsis.com

문 대통령의 교황 예방은 2018년 10월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 직후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조건부 대북제재 완화 공론화를 위해 유럽 5개국 순방에 나서는 과정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했다.

백두산 천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교황을 평양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확인한 문 대통령은 면담 과정에서 이 사실을 전달했다. 교황은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탈리아어로 '나는 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로 "소노 디스포니빌레(sono disponibile)"라며 사실상 방북 초청 수락 의사를 밝힌 것.

보수적인 교황청 내부에서의 반대 목소리를 뚫고 나온 교황의 방북 의사는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교황은 교회와 사제가 없는 국가를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전례에 따라 쏟아진 만류 의견을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영변+플러스알파(α)'를 조건으로 한 유엔 대북제재 완화 방안이 국제사회 반대 문턱을 넘지 못했고, 5개월 뒤인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되면서 교황 방북 추진 논의도 자연스레 관심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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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이탈리아)=뉴시스】전신 기자 = 유럽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6시(현지시간·한국시간 18일 오전 1시) 바티칸시국 성 베드로 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집전하는 '한반도 평화' 미사에 참석하여 연설하고 있다. 2018.10.18. photo1006@newsis.com

교황 방북 추진 논의에 새로 기대감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12일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가 한국 천주교회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고위직인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뒤부터다. 문 대통령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 6월15일 직접 성사되지 못했던 교황 방북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기대감을 놓치 않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당시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 중이던 문 대통령은 마지막 날 판 데어 벨렌 대통령과 함께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 방문을 방문한 자리에서 "2018년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나의 방북 제안을 수락하시면서 한반도 평화의 가교 의지를 표명하신 바 있다"며 "아직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되지는 못했으나 그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었다.

지난 7월5일 박지원 국정원장이 전남 목포 신정동 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해 "교황의 방북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며 공론화를 이어갔다. 유 대주교는 지난 7월27일 로마를 방문한 박병석 국회의장 환송오찬에서 "교황의 방북은 쉽지 않은 문제지만, 지금 어느 시대보다 가능성이 커졌다"며 공론화의 바통을 이어갔다.

교황 방북 추진의 전개 양상은 3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종전선언을 매개로 한 남북·북미 대화 재개라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 대통령은 3년 전 교황 첫 예방 전에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 특별 미사에서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바탕으로 한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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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이탈리아)=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기도하고 있다. 2018.10.18. photo1006@newsis.com

문 대통령이 지난달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에서 남북미 3자·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제안한 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외교안보·정보수장들이 워싱턴·서울·도쿄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종전선언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작 북한은 남측이 한편으론 전략무기 증강에 열을 올리면서 다른 한편으로 종전선언을 꺼내드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며 대화에 나설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국의 전력증강은 자위권 차원이고, 북한을 향해서 도발로 규정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기준'에 해당한다며 이를 철회해야만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앞서 네 차례 시도됐던 북한의 교황 방북 초청이 모두 무산된 전례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1991년 김일성 주석은 외교 고립 탈피 수단으로 교황청에 접촉을 시도했다.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교황청에 방북 요청을 한 바 있다. 실제 김정일 위원장의 방북 초청장은 교황청에 접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종교 개방에 대한 우려와 정권 차원의 부담 등으로 두 차례 모두 도중에 무산됐다.

3년 전 방북 추진 당시에도 성사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북한의 공식 초청장 발송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관건이다.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은 지난 7월 박병석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서도 북한의 공식 초청장 접수를 조건으로 교황의 방북을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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