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구입단가 50% '껑충’…尹 공약 '전기료 인상 백지화' 가능할까
원유·LNG 가격 급등에 한전 전력구입비↑
지난해 요금 동결로 역대 최대 적자 내기도
2분기 최대 ㎾h당 9.9원 인상요인 발생할 듯
尹 백지화 약속했지만 철회까지 진통 예상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6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에 전자식전력량계가 설치되어 있다. 2022.03.06.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국제 연료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초 한국전력의 전력 구입단가도 50% 넘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공약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정부 입장에서 물가 관리를 위해 공공요금 동결을 결정할 수는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한전이 떠안게 된다.
15일 한전의 '전력통계월보'를 보면 지난 1월 기준 전력 구입단가는 ㎾h당 138.3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50.6% 올랐다. 같은 기간 판매단가는 2.7% 오른 114.8원으로 집계됐다.
즉,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인 것보다 싼 가격에 전기를 팔았다는 뜻이다.
발전원별 구입단가를 보면 LNG복합(93.7%), 유연탄(48.6%), 유류(22.6%) 등 대부분 오름세를 보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연료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국제유가 등에 따라 한전의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자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의 영업적자가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취약한 재무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장치가 '연료비 연동제'다. 이는 분기마다 연료 구매에 들어간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시행 첫해인 지난해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정부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생활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2·3분기에 전기요금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앞서 1분기에는 kWh당 3원을 내렸고, 4분기에는 3원을 올렸기 때문에 사실상 요금은 그대로다.
연료비 상승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한전은 지난해 5조8601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손실을 냈고, '연료비 연동제' 무용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현행 체계에서 전기요금을 조정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최종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료비 조정단가는 직전 분기 요금과 비교해 ㎾h당 최대 3원까지만 인상·인하된다.
한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올해 4월과 10월 기준연료비를 각각 ㎾h당 4.9원씩 총 9.8원을 올리는 대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h당 2원 인상하기로 했다.
아울러 오는 2분기부터는 국제유가 인상분 등을 반영한 연료비 조정단가도 ㎾h당 3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모두 더하면 2분기부터는 최대 ㎾h당 9.9원까지 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윤 당선인은 이 부분에 대한 백지화를 약속했다.
그는 지난 1월13일 기자회견에서 전기요금 인상 결정에 대해 "졸속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의 적자와 부채가 쌓인 책임을 회피하고 대선 이후로 가격 인상의 짐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전기요금 인상은 큰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당선 후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회 회장단과 간담회 마친 뒤 식사를 하고 있다. 2022.03.14. [email protected]
전기요금이 오르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차기 정부에는 부담이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는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 중인데, 이는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약 10년 만이다.
여기에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가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 정부가 오는 2분기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오는 4월 전기요금 인상은 예정된 것이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백지화를 요청한다면 현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윤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만큼 이에 대한 설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선진국들이 전기·가스요금을 조정했고, 우리나라는 거의 유일하게 동결을 결정했다"며 "연료 가격이 3~4배씩 오른 상황에서 이번에 전기요금을 5% 정도 조정해 가격 신호를 주겠다는 것인데 이를 백지화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공약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전은 오는 20일 이후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연료비 조정 단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나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1.09.2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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