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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복되는 전기료 논쟁, 이제는 정책 대안 찾아야

등록 2022.03.23 11:08:54수정 2022.03.23 11: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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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때마다 논란

'정치 논리' 아닌 탈(脫) 정치화 시급

[기자수첩]반복되는 전기료 논쟁, 이제는 정책 대안 찾아야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지난 20일 저녁 7시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출입기자들에게 한 통의 문자를 보냈다. 당장 다음날 예정이었던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가 잠정 연기됐다는 것이다.

불과 12시간여를 앞두고 급하게 발표를 미룬 표면적 이유는 산업부와 관계부처 간 협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기요금 결정에 '정치 논리'가 개입됐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은 만큼, 이번에도 '인수위 눈치 보기'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4월로 예고된 전기료 인상을 백지화하겠다는 공약을 낸 바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올해 4월과 10월에 기준연료비를 인상하고, 4월부터는 기후환경요금도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에 적자와 부채가 쌓인 책임을 회피하고 대선 이후로 가격 인상의 짐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인상을 취소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에 연료비 연동제 시행에 따른 추가 인상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연료비 연동제란 단어 그대로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비용을 전기요금에 연동하기 위한 제도다. 정부, 한전, 전력산업계 등이 10여 년간 논의를 거쳐 지난해에서야 도입됐다. 당시 분위기는 이제야 요금의 '원가주의 원칙'이 바로 서고, 전기료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됐다는 기대도 감지됐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였다. 연료비 연동제는 시행 첫해부터 '물가 안정'을 이유로 2개 분기(2021년 2·3분기) 연속 시행이 유보되는 등 정치권의 퇴짜를 맞았다. 이제는 3개월마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정하는 '원칙이 지켜질지'에 대한 논쟁이 정례화될 판이다.

물론 전력 판매 독점 기업인 한전이 '원가보상주의'에 기대 모든 비용을 전기료에만 떠넘기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은 호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당연히 자구책 마련과 같은 자체적인 원가절감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전력 생산과 관련한 대외 환경이 심상치 않은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지난해부터 국제유가, 천연가스 등 연료 가격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붙은 에너지 가격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우리 앞에는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놓여 있다. 화석 연료 시대의 종말을 앞두고 장기적으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차기 정부는 저탄소 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기저 전원으로 발전 단가가 저렴한 원자력 발전을 지속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원전 가동률 확대 등으로 발전 단가가 실제로 낮아지기 전까지, 누적된 비용 부담을 해소하는 것도 결국 거쳐야 할 과정이다.

시간을 지난 2017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정부와 여당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후 5년간은 어땠던가.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대안을 논의한 모습보다는 요금을 찍어 누른 듯한 '정황'들이 더욱 생생하다.

정책의 정당성을 위해 원칙(연료비 연동제)을 무력화한다는 논란이 빚어져왔다. 앞으로의 5년은 어떨까. 요금 동결은 쉬운 길이지만 인상 요인까지 억제하는 것은 간단한 일은 아니다.

요금 인상 '폭탄 돌리기' 대신 정책적 대안과 수요 관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먼저다. 건전한 전력산업계의 발전에 기여할 에너지 요금의 탈(脫) 정치화가 시급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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