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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영세 업체 난립 신뢰 잃은 여론조사

등록 2022.04.04 10:42:03수정 2022.04.04 11: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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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문화부 기자

이수지 문화부 기자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오는 6월1일 치르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2달 앞두고 방송인 김어준씨가 독자적으로 여론조사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기간에 나온 기존 여론조사기관들의 결과를 믿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1일 딴지일보 홈페이지에 '여론조사기관 설립합니다. 회원 모집 중'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는 여론조사 기관 설립 계기에 대해 "기존의 여론조사 시장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며 "문제의식은 (이번 대선에서) 여론조사로 가스라이팅을 했다, 그것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고아처럼 떠돌았다"며 "같은 날 조사가 10%포인트씩 차이가 나고 뭐가 맞는지 몰라서 (그랬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지난달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인 이번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기관들은 각종 예상치를 내놓았으나 저마다 결과가 달라 적잖은 이들에게 신뢰를 잃은 측면이 있다. 당시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이 후보를 앞선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고, 어떤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이 후보가 앞선다는 것도 있었다.

출구조사마저도 그랬다. 한 종편 출구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당선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윤 당선인의 신승이었다.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이 이를 제대로 읽으면 후보 선택에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박빙의 승부를 펼친 이번 대선에선 적잖은 여론조사기관들이 선거 결과와 다른 결과를 내놓으면서 신뢰를 잃었다는 평이 많다. 여론조사는 과학이라는 통설이 무색해진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조사기관 난립에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 선관위에 등록된 선거 여론조사기관 79곳 중 45개 업체가 조사 분석 전문 인력을 1명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 의원실은 "전문성 부족은 유권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영세업체 난립은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여론조사기관이 마구 결과를 쏟아냈고, 이를 언론사들이 여과없이 보도하다보니  유권자들에게 혼선만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최근 들어 근거한 미약하거나 허위사실인 가짜뉴스가 언론을 통해 생산되면서 이를 특정 후보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유포되고 여론이 조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세력들이 여론조사라는 가면 속에서 여론을 조작하려 한다는 의심마저 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대선은 끝났지만 50여일 뒤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벌써부터 많은 여론조사기관들이 지난 대선처럼 예측 전망 치를 쏟아낼 태세다. 하지만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제재 조치없이 그대로 조사기관들의 발표가 공개된다면 유권자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 김어준씨가 설립한다는 여론조사기관에서도 과연 얼마나 정확한 예측 치가 나올지 궁금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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