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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검수완박 중재안 번복 野 강경파에 '협치' 발목 잡히나

등록 2022.04.26 16:08:20수정 2022.04.26 16: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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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검수완박 중재안 번복 野 강경파에 '협치' 발목 잡히나


[서울=뉴시스] 이지율 기자 = 정권 이양기에 여야 강대강 대치가 가파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중재안 합의를 사흘 만에 번복하면서다.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예비 여당이 뒤집으면서 거대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가 어려워진 형국이다. 당장 인사청문회는 물론 민생과 관련된 예산과 정책 운영에 있어 먹구름이 낀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한 차선책임을 감안하더라도 중재안의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하고 선뜻 합의한 국민의힘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이 "합의문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고 반발하는 건 합의를 명분으로 내세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여야 합의 이틀 만에 재검토를 운운하며 협상안에 제동을 걸었다. 이 대표는 중재안 재검토 입장을 밝히기 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복심으로 알려진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와 통화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한 후보와 논의 후 입장을 바꾼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 내에선 윤 당선인의 의중이 이 대표에게 전달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이 대표를 비롯한 강경파들이 득세하며 중재안 뒤집기에 나섰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맏형인 권 원내대표가 중재안을 밀어붙였을 때 윤 당선인과의 사전 협의 사인으로 받아들였던 지도부와 강경파가 이 대표의 말에 뒤늦게 의총에서 추인된 당론을 뒤집는 데 힘을 실은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총을 통해 추진되고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양당 원내대표 간 국회에서 합의한 사안을 뒤집거나 재검토해서 엎어 버릴 권한이 최고위에는 없다"고 말했다.

최고위가 나서 의총에서 결정된 당론을 뒤집는 건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원내지도부가 서명한 합의문을 며칠 만에 파기하는 건 의회 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행태다.

더군다나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의원들이 국민이 아닌 '윤심'에 따라 입법 잣대를 달리한다면 정권 시작도 전에 당선인의 거수기 노릇을 자처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를 내세우며 국민 동의도 없이 청와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단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110석 국민의힘은 171석 민주당을 막을 힘이 없다. 국민의힘이 협상을 파기하면서 되려 민주당 단독 처리에 명분만 실어주게 됐다는 것도 사실이다.

보름 뒤면 집권여당이 될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협치 공간을 마련하는 게 여소야대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청와대 해바라기를 자처한다면 지난 5년 간 본인들이 그토록 비판했던 민주당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내로남불'인 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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