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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정, 정책은 일체하되 당무 일체는 안돼

등록 2022.07.27 11: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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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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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권 직무대행에게 "우리 당도 잘 한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여당은 행정부와 정책적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하는 여당이 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 헌법과 정치 시스템을 보면 '책임정치' 차원에서 꼭 그렇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정부 잘못을 지적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같이 져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헌법은 미국과 다르다. 대통령제지만 내용적으로는 의회중심제 성격이 강하다. 직전 원내지도부였던 여당 의원 경제부총리가 내각을 이끌고 대정부질문에 나서고, 행정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법안과 예산안을 직접 제출한다. 여당은 입법부 구성원이기도 하지만 국정운영의 공동 책임자기도 하다.

실제로 권 직무대행과 국민의힘이 최근 주력했던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공영방송 언론노조 등 민주노총 겨냥 총공세와 서해 공무원 피살·탈북 어민 북송 등 북한 관련 문제제기는, '윤석열 정부 발 맞추기'에 앞서서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부터 펼쳐왔던 지론이다.

권 직무대행은 윤 대통령 국정과제인 교육·연금·노동개혁 추진에도 시동을 걸었는데, 모두 입법과제인 만큼 실무적인 진척을 주도하는 것은 국회 상임위·특위의 여당 간사들과 당 정책위원회다. 대통령정무수석이나 부처 차관들이 정책위의장실에 자주 나타나는 이유다.

결국, 윤석열 정부 당정은 이미 정책 측면에서는 "하나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왔다. 정책의 시시비비를 떠나 정치적 책임성이 명확하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평가와 당 지지율은 '크로스'를 거듭하지만 같이 내려가고 있다. 당정이 이를 바라보고 정치를 해나간다면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작동되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되는 모습"의 당정은 정책의 영역에서 멈춰야 한다. 당정의 일체화가 정책을 넘어 당무까지 번지면, 대통령이 과거처럼 당 총재를 겸하려고 하냐는 비판이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당이 '공동 책임자'에서 '거수기'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를 '내부 총질하던 당대표'로 지목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 대표가 아닌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당정관계의 기초 전제는 여당의 최소한의 주체성이다. 행정부가 결정하면 당이 사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당정이 함께 결정해 추진했으므로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모델이 돼야 한다.

이는 권 직무대행에게도 해당됐던 말이다. 권 직무대행은 원내대표 선출 당시 '윤핵관' 비판을 염두에 둔 듯 "청와대에 할 말 하는 원내대표"를 표방했다. 그는 "수직적 당청관계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권성동이다. 당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했다. 곧바로 파기됐지만 검찰 수사권 관련 여야 합의는 실제로 권 직무대행이 자신의 평소 지론과 의회 구도 인식에 기반해 직접 추진했던 사안이었다.

그러나 당무에 관한 "수직적 당청관계"의 그림자는 남았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당 혼란상은 어느덧 한 달을 넘겼는데, 이유는 사실상 '윤심'의 불확실성이었다. 이 대표 측에서 주장하는 '징계 배후설', 그리고 차기 지도체제 논쟁은 모두 윤 대통령이 당무에 대해 특정한 뜻을 가졌을 거라는 추측에서 비롯됐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 즉 '윤심은 없다'는 원론을 거듭했으나 의원들은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권 직무대행이나 장제원 의원의 눈치를 살폈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SNS 메시지나 점심식사는 속보로 쓰일만큼 정치권과 여론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불확실성은 결국 26일 윤 대통령의 문자 내용을 통해 부정적으로 해소됐다.

여당은 '대통령과 같이 일하는 당'이어야지 '대통령의 당'으로 인식되면 안 된다. 참여정부 이래 대권과 당권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분리돼 있다. 당정의 일체화가 당무까지 번지면 '대통령의 당'이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물론 당 경선을 거쳐 당 선대위의 공약으로 전국 선거에서 선출되는 대통령은 여당에도 강력한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 상하관계로 작동되면 정치적 책임성이 모호해진다. 윤석열 정부 정책의 성공과 실패가 국민의힘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이 민심과 멀어질 확률도 커진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장제원 의원 주최 포럼에 나와 "국민의힘 많은 의원은 오로지 대통령만 쳐다보고서 사는 집단"이라며 "선거에서 국민의 의사를 확인했으면 그에 따라 정당이 반응을 보내야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6일의 '문자 사태'는 당정일체가 정책을 넘어 당무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여당은 대통령 국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정책 외의 영역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

이 대표 문제와 지도체제 논쟁은 아직 끝맺음이 나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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