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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 대통령, 여야 대표와 관저 집들이 어떠신지요

등록 2022.10.12 11: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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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천운인가 싶지만 '불운' 잉태한 윤석열 정부

경제 호전기 집권 文정부 달리 '퍼펙트 스톰' 직면

북한은 핵엄포, 야당은 습관성 '저주', 지지율 최저

대통령 자원 녹록치 않은데도 위기의식은 안보여

민생 법안, 예산 확정, 조직 개편 야당 손에 달려

용산 대통령실-여의도 국회, 심리적 거리 존재

野와 회동은 차일피일…레이건 일화 되새겨보길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천운(天運)이 깃들지 않고서야 정치의 정(政)자 근처에도 가지 않던 그가, 정계 등판 1년도 채 안돼 어떤 이는 몇수씩 도전하는 대통령 자리를 거머쥘 수 있었겠나.

이런 생각이 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 취임 후 5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윤석열 정부는 세계적 '불운'을 안은 채 출범했다.

윤 대통령에게 '시절운(時節運)'은 지지리도 없는 것 같다.
세계경제의 호전기(好轉期)에 집권해 운이 좋았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 대통령은 초대형 경제위기 '퍼펙트 스톰'에 직면해있다. 

문 전 대통령은 종국에는 깨져버리긴 했으나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의 묘한 캐미 속에 '평화쇼'라는 재미도 봤다. 반면, 윤 대통령이 마주한 북한은 하루가 멀다하고 도발을 해가며 핵실험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행정학·대통령 정책 전문가인 폴 C. 라이트 뉴욕대 교수는 대통령의 세가지 '자원'으로 당선 득표율, 여당 의석수, 지지율을 꼽는다.

문 전 대통령은 탄핵 정국 속에서 41.08%의 득표율로 당선된 데다 야당(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빠져들기 일쑤였다. 그 뿐인가. 코로나가 터져 여당이 총선에서도 승리해 의회 권력을 휘두르며 정부를 뒷받침, 집권기간 최고 8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결말은 허망했다. 부동산 폭등, 불공정 문제 등으로 중산층이 돌아서면서 정권을 빼앗긴 것이다.

윤 대통령은 어떤가. 3가지 자원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은 48.56% 득표율로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득표율 47.83%)에 0.73%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현재 지지율은 30% 언저리다.

여당 의석수는 초라하다. 재보궐 선거로 100석으로 늘어나긴 했으나 거대 야당의 독주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야당은 대통령실 이전, 내각 인사청문회, 경찰국 신설, 탈북어민 강제 북송, 감사원 문자, 한미일 안보협력 등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가하면 비판을 넘은 '저주'에 가까운 공격을 퍼붓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당이나 대통령실은 이런 민주당 때문에 일을 못한다고 핑계나 대는데 익숙해져 있는 듯 싶다.

그러다보니 윤 대통령 취임 5개월이 되도록 굵직한 국정 방향은 눈에 보이는 게 적다.

문제는 이처럼 자원도 없는 대통령의 주변에서 위기 의식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민생 법안은 수두룩 쌓여있고 예산도 확정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이 '국회의 일은 여당 몫'이라며 먼 산 보듯 할 때가 아니다.

야당 지도부와 만나겠다는 의지는 변함없다면서도 차일피일이다. 여야 지도부 진영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고, 국감 때문이며 야당 공세 탓도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손을 내밀면 야당이 그 손을 잡지 않을 이유는 없다.

여의도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불과 5.6㎞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여의도식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윤 대통령에겐 아직 심리적 거리가 존재하는 듯하다.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과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 추진을 위해선 제 살 길도 못 찾고 있는 여당에 기대지 말고 대통령이 야당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국민은 그것을 '협치'의 노력으로 판단할 것이며 중도층도 따라오게 될 것이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천국행 티켓이 한 장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나"라는 질문에 "찢어 버리겠다. 민주당 하원의장 토머니 오닐 없이 나만 갈수는 없으니까요"라고 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의회의 지원을 얼마나 큰 자원으로 여겼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치는 상대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협상하고 타협하는 행위다. 증오를 주고 받는 지금 같은 강대강 정국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건 간에 최종 책임은 집권세력이자,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협치'라는 말이 단 한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각종 행사 연설문에서도 협치는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대신 윤 대통령은 끊임없이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그 뜻을 잘 받들겠다한다. 국민의 뜻에는 '협치'도 포함돼 있다는 걸 윤 대통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순방 직후 '사적 발언' 논란 등으로 때를 놓쳤다면 서초동 자택에서 곧 옮겨갈 관저로 여야 대표를 초청해 집들이겸 상견례라도 하면, 관저 공사에 딴지를 걸던 야당 입도 다물게 하고 모양새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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