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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태원 참사…정치권, 입 아닌 행동으로 협치 실천할 때

등록 2022.10.31 15:23:03수정 2022.10.31 15: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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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지율 기자 = 여야가 모처럼 협치를 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에 직면해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6개월여 동안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 몰두해왔던 여야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뀐 것이다.

여야가 대형 참사에 정쟁을 중단하고 사태 수습과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여야는 31일 나란히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정부의 사태 수습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야는 참사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안정 대책도 새롭게 짜겠다는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여야는 사회 전반에 걸친 안전시스템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이번 예산 국회에서 촘촘한 안정망 구축에 필요한 예산도 편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태원 참사 수습 과정을 계기로 조성된 여야 협치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일단 오는 5일 국가 애도 기간 동안 한시적 휴전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자제와 절제된 행보에도 언제든지 협치를 깰 수 있는 부적절한 모습들이 연출되면서 협치를 위협하는 모양새다. 국민의 안전과 재난 대책을 총괄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집회와 시위를 핑계로 면피성 발언을 꺼냈다가 여야로부터 혼이 났다.

이 장관은 전날 합동 브리핑에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했다고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인사도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0일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고 주장했다가 논란이 일자 글을 삭제했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참사 이틀날에 수십여명의 당원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돼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향후 정치 일정도 여야의 대결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국회 운영위 국감 등 정쟁을 야기할 현안들이 즐비해서다.

여야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식해 한시적 협치에만 그친다면 국민 삶을 담보로 하는 안전 대책 마련마저 정쟁에 휘말릴 수 있다. 애도 기간이 지나고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는 시점에 예산 전쟁을 벌이고 이재명 수사와 대통령실 이전 등 정쟁에 주력한다면 촘촘한 안전망 구축 논의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여야가 철저한 안전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협치를 발휘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 의무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차기 총선에서 국민 생명보다 정쟁에 매몰된 정치권을 반드시 심판할 게 뻔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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